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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통상임금, 사회적 공론 있나? / 이창곤

등록 2013-05-15 19:20수정 2013-05-16 16:24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소장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소장
통상임금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사와 정치권에서 논란이 뜨겁다. 하지만 대화는 없고 힘겨루기 모양새다. 시발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노동계는 “삼권분립을 무시한 월권행위”라는 비판과 함께 집단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재계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업계의 추가부담이 38조원에 이른다며 투자 위축과 일자리 감소를 들먹인다. 정부는 ‘시한폭탄’을 받은 듯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렇듯 논란은 무성한데 사안의 핵심이 빠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정작 ‘이렇게 풀자’는 사회적 대화나 공론이 없기 때문이다.

기실 이 문제는 사회적 대화나 공론 없이는 진전을 꾀하기 어렵다. 지난 8일 방미 중 대니얼 애커슨 제너럴모터스 회장의 질의에 대해 “해법을 찾아보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문제가 된 것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을 행정부 수장이 일방적으로 표출했다는 데 있었다. 더욱이 지난해 3월 대법원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판결을 내렸던 터다. 이런 흐름을 무시하고 투자를 미끼로 한 압박성 질의에 대통령이 긍정적 신호를 주는 발언을 한 것은 경솔했다. 대통령 스스로 강조했던 사회적 대화 의지를 의심받을 대목이기도 하다.

통상임금 문제는 첨예하지만 해법이 복잡한 건 아니다.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면서 이 사안의 근본문제를 바로잡는 것이다. 그렇기에 애매모호한 법 규정과 고시 개정에 그칠 수 없다. 원천적으로 왜곡된 임금구조에서 빚어지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은 야근·휴일근무 등 각종 수당을 결정하는 기준 임금이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지만 구체적이지 않아 노동부가 1988년에 지침을 만들어 기본급만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고 상여금과 가족수당 등을 제외했다. 이후 노동계의 임금인상 요구에 기업들은 가급적 기본급은 억제하고 상여금과 수당을 올리는 식으로 편법적 임금인상을 꾀했다. 제조업계에서는 이런 편법이 더 심했다. 당장 월급 명세서를 보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받는 전체 급여 가운데 기본급에 비해 수당과 상여금의 비중이 크면 그만큼 왜곡도 크다.

해법이 간명하다고 해서 이해관계가 단순한 건 아니다. 통상임금 확대는 대체로 노동계에 좋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닐 수도 있다. 예컨대 통상임금이 확대되자, 적잖은 사업장에서 이미 상여금을 연말 실적이나 부서 실적과 연계시켜 통상임금에서 아예 빼는 수를 썼다. 이럴 때 힘센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저지할 수 있지만 노조가 없거나 약한 곳은 그럴 힘이 없다. 대화나 교섭은 언제나 힘의 상호작용이다. 통상임금 이슈는 또한 노동시간 단축이나 청년고용 등 노동시장 이슈와도 연계돼 있다. 이렇기에 이 사안은 더욱 사회적 대화의 틀을 필요로 한다. 그 틀은 응당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노사정은 이른 시일에 이 틀 구축부터 서둘러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런 틀이 의미있고 효과를 가지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정부의 진정성과 의지다. 대화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들의 개방적 태도야 재론할 여지가 없다. 실상 노사정 등 경제사회 주체들의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은 통상임금을 넘어 우리 사회의 고용위기로 이어진다. 2012년 현재 고용률은 경제위기 이전보다 못한 59.4%다. 1년 미만의 단기 근속자 비율은 36.2%로 선진국 중 가장 높다. 낡은 고용시스템과 고용위기는 진보와 보수 또는 특정 정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미래의 문제다. 통상임금 이슈가 궁극적으로 ‘고용의 양과 질 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화’의 장을 여는 계기로 이어지길 바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소장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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