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기원전 400년 무렵 에게 해 동남쪽의 작은 섬 코스에서 의학 혁명이 일어났다. 히포크라테스와 그의 제자들이 주도한 학파에서 질병을 치료하려는 획기적인 시도를 실행한 것이다. 그들은 질병의 원인을 분석하고 진단해 치료에 이용했다. 당시 신비스러운 병이라고 알려져 있던 나병에 대해 히포크라테스는 “다른 병과 다름없이 나병에도 자연적 원인이 있다. 사람들은 그 원인을 알지 못해 신비로운 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알지 못하는 것을 신비롭다고 말한다면 이 세상의 신비에는 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야 비로소 주술사(magician)를 대신해 의사(physician)가 병을 다루게 된 것이다. 주술사가 심령과 마법의 세계에 능통한 사람이라면 의사는 그 어원으로 판단하건대 피지카, 곧 자연의 이치에 정통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를 서양에서 의학의 아버지로 받드는 것은 의학에 대한 이러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태도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의료 전문가 집단이 준수해야 할 윤리적 기준도 만들어 놓았다.
현대의 의사들은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변형된 서약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의술을 인술로 보며 인도주의적 목적에 의학 지식을 사용하겠다는 기본적 취지는 히포크라테스로부터 왔다. 최선을 다해 환자의 안위를 돌볼 것이며, 환자에게 해가 될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며, 수술은 전문가에게 맡길 것이며, 환자로부터 향응을 받지 않을 것이며, 환자의 비밀을 결코 발설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 선서를 지키면 인류 전체로부터 존경받는 삶을 누리지만, 위반하는 삶은 그 반대이다.
오늘날에도 큰 울림이 있는 이 선서는 의사들에게만 적용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들의 건강을 돌보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윤리적이고 정직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맹세였다. 진주의료원의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도지사라면 비용의 문제를 넘어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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