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드디어 산은지주 회장이 국정철학(?)을 공유한 인사로 교체되었다. 국정철학을 공유하지 않은 공공기관장들에 대한 본격적인 색출·제거 작업이 뒤따를 모양이다. 색출 작업은 은행과 금융지주사들도 쓸고 지나갈 것이 틀림없다. 공공기관이 아닌데도 말이다. 눈치 빠른 금융 감독 수장들이 ‘창조금융’의 국정철학을 모르는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자들을 금융계에 남겨두겠는가.
온 나라에 ‘창조’ 소리가 난무하고 있다. 대통령이 ‘창조경제’ 운운하니 눈치 빠른 공무원들이 곳곳에서 소리 높여 복창하고 있다. ‘창조외교’, ‘창조복지’, ‘창조교육’, ‘창조문화’, ‘창조관광’, ‘창조직업’, ‘창조적 노사관계’, 그리고 ‘창조금융’에 이르기까지 갖다 붙일 수 있는 데는 다 ‘창조’를 갖고 붙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아무도, 심지어 주무 부처 장관조차도 창조경제가 무언지 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창조경제가 도대체 뭐냐’는 논란이 일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설명하는 자상함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이므로 “창의성을 우리 경제 핵심 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이다. 지당하신 말씀인데, 지극히 원론적으로 지당하시다 보니 여전히 창조경제에 대해서는 시원한 설명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지금 시대에는 기술간·산업간 융합이 중요하고(안철수 원장도 힘주어 강조했다) 문화가 부가가치의 중요한 원천이 되고 있으므로(노무현, 이명박 정부에서도 강조했다) 국민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된다는 것은(우리 모두 수십년 전부터 강조했다)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그것을 무어라 부르든.
본인이 설명을 하긴 했지만 불행하게도 박근혜 대통령 자신도 아직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창조경제는 “과감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면서도 경제 운영의 ‘패러다임 전환의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 주도로 ‘창조를 관리’하고 ‘명령으로 창조적 경제활동’을 하겠다는 식의 지극히 ‘비창조적’인 방법으로 창조경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만약 ‘창조경제’가 진정 창의성과 자유로운 상상력에 기반을 둔 경제를 말한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경제민주화가 실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선거 때 단물을 다 빨아먹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경제민주화는 팽 당해 한쪽 구석으로 밀려난 상태다. 경제민주화도 창조경제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해녀보다 못하다”고 조소거리가 된 장관 후보자를 위시해서 적지 않은 장관 후보자들이 부적격자임이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국정 동반자라고 하는 관료 출신 장차관들이나 비서관들 중에도 자질이 의심이 가는 사람들이 많을 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말과 처신을 달리하는 ‘기회주의적 창조성’만 보이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산은지주 회장으로 임명된 사람도 전문성은 부족한 반면 ‘기회주의적’ 언행 변화에 뛰어났다는 언론 보도를 보면 앞으로 임명될 공공기관장,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사람들이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리 없고, 소신껏 일할 리 없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의 의사소통 방식이 일방통행식이라 첫째, 둘째 하고 부르면 아랫사람들은 그 지시를 열심히 받아쓰기하는 모양이다. 박 대통령의 수첩에서 나온 장관 후보자들의 자질이 이 정도라면, 박 대통령이 수첩에서 불러주는 지시인들 크게 다르랴.
창조경제를 하고 싶으면 박 대통령 본인부터 창조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 우선 관료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하라. 그리고 수첩을 찢어버리고 이제부터는 국민들의 소리에 직접 귀를 기울이라. 그들이 절실하게 원하는 현안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고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라.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을 철저히 단행하여 수십만 중소기업, 수백만 젊은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저지를 수 있도록 하라. 그것이 창조경제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다.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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