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이단’이란 말을 들으면 대개 ‘사이비’를 연상한다. 그러나 역사 속의 이단은 그리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 단적으로, 이단이란 정통 종교와 어긋나는 교리를 신봉하는 종교적 신념이다. 하지만 그런 정의를 따라도 이단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통과 이단의 대립에는 교리 문제에 더해 권력관계가 개입되며,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른 종교적 관행도 이 주제의 일반화를 어렵게 만든다.
이단은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삼위일체설을 내세웠던 아타나시우스파와 부정했던 아리우스파는 니케아 종교회의에 같은 자격으로 참석했다. 삼위일체설이 인정되며 아리우스파가 이단이 되었지만, 동로마 여러 지역에서는 여전히 정통을 유지했다.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에 정통 가톨릭은 영국에서 이단이었다. 스위스의 정통인 칼빈주의자들은 당시 프랑스에선 무장한 이단 집단에 불과했다.
이단의 정의는 시대에 따라서도 바뀐다. 예컨대 위대한 기독교 사상가 오리게네스는 생존하던 3세기에 정통이었지만 6세기에는 이단이 되었다. 반면 오늘날 정통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종교를 지키려 처형된 순교자들을 찬양하지만, 실상 그 순교자들은 생존시 이단이었다. “순교자의 피가 교회를 위한 씨앗”이었다는 표현은 그들이 당대에는 명백한 이단이었음을 숨기고 있다.
상반되는 교리를 강조하는 기독교 교파들은 각기 주장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이단으로 분류된다. 감정적 열광을 강조하는 교파와 절제를 강조하는 교파의 대립에서 감정만을 강조할 경우 진정한 교리를 잊을 위험이 있고, 질서만을 강조하면 신도들의 종교적 열정을 채워주지 못할 위험이 있다. 객관적 신앙과 주관적 신앙의 대립도 있다. 가톨릭은 객관적이고 실천적인 삶을 강조하는 반면, 그리스정교는 주관적으로 신의 본질에 계시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자는 ‘사회적 복음’으로, 후자는 ‘신비주의’로 향할 가능성이 크며, 극단으로 흐를 경우 모두 이단이 될 수 있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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