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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여성의 날에

등록 2013-03-06 19:25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미국 여성의 투표권은 1920년 헌법 수정 조항 제19조에 의해 보장되었다. “미국 시민의 투표권은 성별에 따라 미국 어느 주에서도 거부 또는 제한되지 아니한다.” 그 조항의 전문은 이렇게 짧다. 그렇지만 이것이 통과되기까지 관련자들이 겪었던 정신적·육체적·재정적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 오늘날 미국 국민은 상상하기 어려울 게다. 그 아픔을 가장 크게 느꼈던 사람이 앨리스 폴이었다.

법률가 폴은 미국 여성참정권협회의 회원이 되었다. 그 협회의 의회 담당 위원회 위원장이 된 폴은 우드로 윌슨 대통령 취임식 전날 시위행진을 벌여 협회의 취지를 널리 알렸다. 그 뒤 폴은 헌법에 수정 조항을 넣으려고 로비 활동을 벌였다. 그것은 오히려 협회 회장과 마찰을 초래했다. 회장은 수정 조항이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로비 활동마저 실패로 끝난 뒤 폴은 전국여성당을 조직했다. 다행히도 한 독지가가 나서서 재정 문제를 해결하고 주간으로 기관지까지 낼 수 있었다.

전국여성당은 1916년 대선에서 수정 조항을 거부하던 윌슨에 반대했다. 그들은 백악관 앞에서 최초의 정치적 시위를 벌였다. 여성 참정권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침묵으로 일관한 그들을 ‘조용한 보초’라고 불렀는데, 이것은 비폭력적인 시민 불복종의 단적인 사례였다. 그들은 ‘통행방해죄’로 구금되었다.

폴은 감옥에서도 단식투쟁을 벌였다. 결과는 감옥 내부 정신병동으로의 격리 수감이었다. 그곳에선 음식을 거부하는 폴에게 관을 통해 날달걀을 강제로 먹였다. 폴은 훗날 인터뷰에서 “요즘은 상상도 못할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었다. “남자로 구성된 정부에서 단지 투표권만을 요구한 행동에 대해 그렇게 모욕을 보였다”는 게 충격이라는 것이었다.

단식투쟁과 지속적인 시위, 언론의 압력이 작용한 결과 윌슨 행정부는 여성의 투표권이 ‘전시의 조처’로써 긴급하게 요구된다고 의회에 촉구했다. 그렇게 해서 제19조가 승인되었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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