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워터게이트 사건의 전말을 돌이켜보며 우리의 현실을 견주면 부러운 점이 많다.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비리를 밝히려 입법부와 사법부가 제 몫을 다해 삼권분립의 귀감을 보여주었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제외해도 여전히 많은 부러움이 남는다.
이 사건의 핵심에는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틴이 있다. 그들의 경험에 바탕을 둔 책을 대본으로 만들어진 영화 <대통령의 음모>는 거대한 정부의 권력에 맞선 언론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곳 주류(?)의 언론이나 정치계에선 기대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욱 부러운데, 그 내용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그 두 기자는 2년 넘게 이 스캔들을 보도했다. 애초에 사소한 주거 침입 사건으로 간주되어 다른 신문사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이 사건을 특종으로 만든 배경에는 닉슨 행정부 인물들의 다양한 법률 위반을 대중에 알려야 한다는 기자의 사명감은 물론 그들의 정의감과 능력에 보내준 데스크의 무한한 신뢰가 있었다.
둘째, ‘깊은 목구멍’이라는 익명의 내부 고발자가 있었다. 미국 정부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는 것 외에 밝혀지지 않은 인물이 전달한 정보를 통해 신문 기사는 현실성을 더할 수 있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하고 30년도 더 지난 2005년에야 연방수사국(FBI)의 부국장이었던 마크 펠트로 확인되었다. 그는 정부 기구를 정치적 목적으로 조작하려는 시도에 대한 혐오감으로 그 행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30년이 넘도록 내부 고발자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었던 장치에 대해서도 경의를 보낸다.
셋째로, 가장 부러운 것은 내막이 밝혀지며 닉슨이 사임했다는 사실 자체다. 미국의 많은 영화는 어떤 사건의 흑막이 밝혀지는 순간 상큼하게 끝난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신문 기사 때문에 대통령이 사임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곳에서는 사실 관계가 확인되어도 그것을 덮으려는 더 큰 음모와 맞서야 한다. 아, 진정 부럽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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