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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연금개혁을 위한 제안: 사회적 대화 기구 / 이창곤

등록 2013-01-23 19:15수정 2013-05-16 16:26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소장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소장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안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그런데 찬반의 전선이 묘하고 복잡하다. 진보와 보수, 양쪽 모두 의견 통일이 없고 제각각이다. 여기에 언론의 추측성 보도까지 난무하다 보니 국민들로선 도무지 뭐가 뭔지 알 길이 없다. 이런 상황은 새 정부 인수위원회가 기초연금 공약의 세부안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더욱 가중되고 있다.

실상 박 당선인의 기초연금안에 대해 우리가 명확히 알고 있는 사실은 당선인 공약집에 기록된 내용이 전부다. “현행 기초노령연금과 장애인연금을 기초연금화해 국민연금과 통합운영”하겠다는 것과, “도입 즉시 65살 이상 모든 어르신과 중증 장애인에게 현재의 2배(약 20만원) 수준으로 인상해 지급한다”는 것이다. 딱 두 문장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내장하고 있는 정치사회적 파급력은 메가톤급이다.

연금개혁은 본질적으로 갈등 의제다. 대상자가 전체 국민이고 노후생활의 질과 직결되는데다 세부 내용에 따라 세대별·계층별·노사간의 이해관계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의제보다도 연금개혁은 사회 제 세력을 비롯해 국민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주요 선진국들이 사회적 대화를 통해 연금개혁을 시도해온 데는 연금개혁이 갖는 이런 특성 때문이다.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인수위인데, 지금까지의 모습은 걱정스럽다. 여론을 경청하거나 공론화하는 과정이 보이질 않는다. 언론에 슬쩍 흘려 떠보는 식을 두고 여론수렴 과정이라고 ‘꼼수’를 부려선 반발심만 키울 뿐이다.

현재 기초연금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재원 문제다. 곧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다. 원천적으로 사회적 대화나 타협 없이 인수위나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해선 안 될 사안이다. 연금개혁과 관련해 인수위는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섣불리 최종 개혁안을 결정하려 해선 안 되며, 안을 마련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사회적 공론장에 올리는 정도에 그쳐야 할 것이다.

인수위가 정작 힘써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이는 새 정부에도 적용된다. 바로 연금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어떻게 실질적이며 효과적으로 벌일 것인가, 그 방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기존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나 보건복지부 산하 각종 연금위원회를 활용하는 안을 검토할 수 있겠다. 국회 연금개혁위원회를 재구성하는 안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기구의 한계는 명확했다.

이와 관련해 별도의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의 구성을 제안한다. 이 기구는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 이행을 위한 세부안은 물론 궁극에는 노인 빈곤 해소를 위한 연금제도 전반의 개혁을 논의하는 기구가 될 것이다. 거시적인 사회경제정책의 갈등 이슈를 논의하는 기구로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로부터 독립된 상설기구여야 한다. 그래야 정권이 바뀌어도 연금개혁 논의를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기구에는 여야의 모든 정당, 국회, 노사정 대표는 물론 시민사회의 각계 단체 대표들이 거국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기구의 의사결정을 통해 확정된 안은 정부가 반드시 이행토록 하는 장치도 필요할 것이다. 진정 사회적 대화를 원한다면 이 기구의 구성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참여민주주의의 실현에도 부합한다.

끝으로 이번 논란과 관련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명제는 연금의 목적이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노후소득의 보장’에 있다는 점이다. 어떤 개혁안도, 재정안정과 효율성도 궁극에는 모두 이 목적을 잘 실현하기 위함이다. 본말이 전도되어선 안 된다.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소장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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