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수도승들이 고행으로 참된 신앙을 증명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어린 수도승 하나가 사순절에 단식을 시작했다. 지나가던 수도원장이 약간의 물과 빵을 남겨놨다. 며칠이 지난 뒤 혼절한 채 발견되었는데, 그의 옆에는 물과 빵이 그대로 있었다. 오두막에서 일년 반을 나오지 않고 수도하기도 했고, 사지가 버티는 한도까지 꼿꼿이 서 있기도 했고, 산속 바위틈 좁은 공간에서 죄수처럼 지내기도 했다. 명성을 듣고 사방에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성 시메온은 사람들을 피해 폐허에 남겨진 기둥 위에 올라가 단을 쌓고 그곳에서 기거했다. 수평적으로 사람들을 피하다가 지쳐 수직적으로 도피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어린아이가 기둥을 타고 올라가 전해주는 빵과 염소 젖으로 연명했다. 그렇게 15m 높이에서 37년을 살다가 사망했다.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은 이 참을성 많은 ‘은둔자’가 기둥에서 내려오지 않고 “천상의” 삶을 마감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사실 그는 은둔자가 아니었다.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를 보러 왔다. 그는 매일 오후 순례자들에게 설교했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 방문객들을 만나 조언했으며, 제자들에게 가르침의 편지를 보냈다. 시리아의 사막 지역에서 부자들이 대도시로 떠났을 때 시메온같이 거룩한 사람들이 빈자의 수호자 역할을 하였기에 사람들은 그에게 열광했던 것이다. 크리스트교의 여러 종파에서 그를 성인으로 받들며, 가톨릭 교회에서는 1월5일이 그의 축일이다.
이곳에선 삶의 밑바닥까지 몰렸어도 하소연할 곳조차 없는 사람들이 고공에 오른다. 단지 인간답게 살겠다는 요구마저 거절된 사람들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목숨을 걸고 최후의 보루로서 크레인타워나 송전탑이나 철탑이나 굴뚝에 오른다. 자신의 안위만이 아니라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들을 위해, 노동 조건의 미래를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이들이야말로 가난한 사람의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온 예수요, 복음을 전파하는 성인들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