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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여명

등록 2012-12-26 19:25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젊어서 보수주의자였다가 나이가 들어 진보로 돌아선 경우는 흔치 않다. <레미제라블>과 <파리의 노트르담>을 쓴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왕당파에 동조했었다. 그러나 1848년의 혁명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사건들은 그로 하여금 공화주의와 자유 사상의 옹호자가 되도록 만들었다.

나폴레옹의 조카 루이 나폴레옹이 쿠데타를 일으켜 나폴레옹 3세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자 그는 망명길에 올라 거의 20년을 외국에서 보냈다. 황제가 대사면을 포고하여 귀국할 수 있었음에도 그는 거절했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정부에 대한 비판의 위축을 뜻했기 때문이다. 보불전쟁에서 프랑스가 패배하여 나폴레옹 3세가 권좌에서 물러난 뒤에야 그는 고향으로 돌아갔다.

망명 생활을 하면서 그는 대작들을 집필했을 뿐 아니라, 인권과 사상의 자유를 위한 행동도 주도했다. 그는 사형 제도에 반대했다. 그의 영향 아래 제네바, 포르투갈, 콜롬비아의 헌법에서 사형제가 없어졌고,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반란 혐의로 기소된 아일랜드인 6명을 처형하지 않았다. 그는 저작권을 확립해 문필가와 예술가의 권리를 보호했다. 그렇지만 작가는 대중의 바람을 반영해 작품을 만든 것이기에, 작가가 사망하면 그 권리는 대중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소설 중에 <웃는 남자>라는 작품이 있다. 어렸을 적 아버지의 정적에게 납치되어 부랑배들에게 팔린 사람의 이야기다. 그의 입은 구걸을 위해 웃는 표정만 짓도록 수술되었다. 복권된 그가 의회에서 연설을 한다. “경들은 세력 있고 부유합니다.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경들은 어둠을 이용하여 이득을 취합니다. 그러나 조심하십시오. 또 다른 거대한 세력이 있습니다. 그것은 여명입니다. 여명은 정복될 수 없습니다. 그것이 곧 도래할 것입니다.” 그러나 의원들은 그의 진심을 듣지 않고, 변형된 얼굴을 보고 웃기만 한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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