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연세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
대선이 끝나고 박근혜 당선인의 첫 인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 극도의 보안 속에 이루어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수석대변인으로 임명된 사람에 대해서는 모두 의외라는 반응이다. 선거 기간 내내 ‘대통합’과 ‘탕평인사’를 약속한 당선인이기에 극단적인 이념으로 경도된 인물을 중용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그동안 해온 말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행정부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뿐만 아니라 앞으로 대법원, 헌법재판소, 감사원과 같은 헌법기관에 대한 인사도 청와대 밀실인사의 관행이 지속된다면 이는 나라의 장래를 위해 지극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감사원장,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이른바 5대 권력기관장의 교체 여부와 관련하여 “이명박 정부에서 잘 못한 게 취임하면서 권력기관장을 바꾸지 않은 것이다.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사람의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을 거다. 해당 기관장이 스스로 사임하겠다면 모르겠지만, 그 사람에게 그만두라고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하지만 다른 기관과는 달리 감사원은 헌법기관이며, 헌법 제98조는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을 각각 국회의 동의와 감사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그 임기는 4년이라고 보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임기가 남은 감사원장을 교체하거나 스스로 물러나도록 정치적 압력을 넣는 것은 헌법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며 헌정질서를 거스르는 일이 된다. 헌법기관의 인사는 선거 승리에 따른 전리품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박 당선인과 그 주변의 사람들은 아무리 바빠도 같이 모여 앉아서 헌법 전체를 같이 읽어보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
비록 감사원이 대통령에게 소속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독립적인 기관이며, 업무수행에서는 엄정한 정치적 중립성이 요청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는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과 함께 국가의 감사권을 제4의 독립한 권력으로 보고 상호간에 권력분립을 통하여 견제와 균형을 실현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감사권을 의회가 행사하기도 한다.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으로 한 것은 이를 순수한 독립기관으로 할 경우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감사원이 헌법적 미아가 될 것을 우려한 부득이한 결과일 뿐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감사원은 다른 나라의 감사기관과 달리 정부에 대한 회계검사뿐만 아니라 행정기관 및 공직자에 대한 직무감찰 기능까지 가지고 있어서 자칫 대통령이 감사원을 장악할 경우 공직사회가 국민보다는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본분을 망각할 우려가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자신의 측근인 은진수 변호사를 감사위원으로 임명하고 4대강 사업 등 정부의 역점사업에 대해 감사원의 지원을 기대했지만, 은 전 위원의 비리가 드러나 구속으로 이어진 파행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행정부는 물론 특히 헌법기관의 인사는 “선거에서 날 위해 고생한 사람에게 한 자리 챙겨주자”는 과거의 ‘엽관주의’ 망령에서 벗어나 그 조직과 분야에서 신망과 능력을 두루 인정받는 사람들을 중용해야 한다. 아무리 대통령의 인사권에 속하는 문제라 하더라도 헌법 존중이라는 더 큰 가치에 무게를 싣는 것이 나라의 장래와 법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성수 연세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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