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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인섭 칼럼] 여전히, 국민이 주인입니다

등록 2012-12-25 19:32수정 2012-12-25 19:32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통령 선거를 치른 지 한 주가 되어 갑니다. 환희와 낙담이 교차하던 그날은 우리의 기억과 우리 역사의 일부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격렬했던 선거전이 끝난 지금, 우리 국민 사이에 놓인 갈등의 거대한 골을 확인합니다. 이념 간, 세대 간, 지역 간 균열도 분명하고요. 이 갈라진 골을 어떻게 메우면서 하나의 나라, 한 국민으로 통합할 수 있을지 잠시 아득합니다.

우리 국민이 뽑은 제18대 대통령은 박근혜입니다. 그는 투표인 수의 51.55%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만 5년간 대통령 권한의 51.55%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100%의 권한을 행사합니다. 그를 지지한 국민뿐 아니라, 다른 후보를 지지한 국민, 기권한 국민, 투표 미성년자를 포함한 전 국민의 대통령입니다. 당선인도 그 점을 분명히 알고, 1577만3128명의 대통령이 아니라 5000만 한국인의 대통령으로써, 모든 국민을 모시기 위한 다짐을 새롭게 하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자신을 찍지 않아서 서운하게 한다는 억측을 듣지 않도록 반대쪽의 바람과 고통에 대해서는 더욱 세심하게 신경 쓰리라 믿습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박근혜 당선인도 많은 공약을 냈습니다. 자신은 실현 가능한 내용으로 공약을 짰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벌써 내놓은 공약은 거둬들이고 새로 현실적으로 짜야 한다는 소리가 당선인 주위에서 들려옵니다. 공약이 공약(空約)임을 당연시했던 이전의 폐습은 사라져야 합니다. 공약은 그야말로 천하대중 앞에서의 공적인 약속입니다. 그 공약대로만 해도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더 잘살고, 더 고르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국민의 뇌리에 박힌 공약의 핵심을 온전히 실현해주기 바랍니다. 그 공약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채근하고 감시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임무이기도 합니다.

대통령이 무슨 대단한 권한을 가진 듯 보이지만, 자신과 가족, 측근의 이권을 꾀하기 위해 쓸 수 있는 힘은 전혀 없습니다. 전체 국민의 복지와 행복의 증진을 위해 써야 할 공적 의무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은 선거로 뽑힌 군주도 아니고, 그저 위임받은 기간과 범위 내에서 나라살림을 꾸려갈 상머슴일 뿐입니다. 개인적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휘두르면, 그 권한은 권력으로 화하고, 순식간에 권력 남용으로 비화합니다. 그런 권력 남용을 견제할 여러 기구가 있습니다만, 우리의 헌정 경험은 그 기구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음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기에 대통령의 권한 남용에 대한 궁극적인 감시와 견제의 역할은 바로 국민의 몫입니다.

선거가 끝나자 일각에선 불안감이나 정체 모를 두려움도 감돌고 있는 모양입니다. 왕조시대도 아닌데 다른 데 줄섰다고 삼족이 화를 입거나 보복당할 일이야 설마 있으랴 생각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말입니다. 각종 치사한 불편과 불이익을 안겨주는 악습을 보아왔기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선거 결과가 어떻든 국민은 으스댈 까닭도, 위축될 이유도 없습니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일 뿐입니다.

여태까지 당선인이 한 발언과 체험에서 과거 박정희 시대의 권위주의적 통치철학이나 사고들이 간간이 묻어나오곤 합니다. 당선인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진 과거사 문제는 거듭된 ‘사과’를 통해 간신히 봉합했지만, 과연 당선인의 진심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불식된 것은 아닙니다. 민주국가의 대통령으로서 권위주의적 과거로의 회귀를 단호히 막아내고, 민주화를 한 단계 진척시킨 공헌자로 기록될 수 있기를 충심으로 바랍니다. 우리 국민은 이 점을 예민하게 지켜볼 것입니다.

민주공화국에서 국민은 선거 당일 하루만 주인인 것이 아니라, 언제나 주인입니다. 언제나 주인이고자 한다면, 주인 노릇을 할 자세를 제대로 갖추어야겠습니다. 우리가 뽑은 상머슴인 대통령이 제대로 일하는지, 맡겨놓은 곳간은 충실히 지키고 있는지, 주인에게 정직하고 상세하게 보고는 하는지 거듭 점검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주어진 소임을 다하도록 성원도 하고, 감독도 하고, 경고도 해야 합니다. 그것이 성공한 대통령을 만드는 비결이기도 할 테지요.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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