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 워싱턴 특파원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극대화하겠다.”(정부 당국자)
“그 외교적 노력이란 게 무엇인가?”(기자)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에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정부 당국자)
최근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기 전 기자들과 정부 고위 당국자 사이에 오간 문답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를 저지하고자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 노력의 실체는 중국과 러시아, 그중에서도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도록 ‘부탁’하는 게 핵심이었다. 그런 외교적 노력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정부와 언론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도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북한의 로켓 발사를 저지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알면서도 그러려니 했을 뿐이다.
이런 사정은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도 대책을 묻는 질문에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설득하도록 하는 데 힘을 기울이겠다는 답변만 반복해서 내놨다.
북한의 로켓 발사 성공은 한국과 미국의 대북 정책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행정부는 각각 ‘비핵·개방·3000’과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임기 내내 요구해왔다. 그러나 지금 돌아온 것은 북한 로켓의 우주궤도 진입 성공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다.
사실 한·미 당국의 정책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정책이었다. 강력한 대북 압박을 통해 북한을 궁지에 몰리게 함으로써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중국이 경제·외교적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상황에서는 애당초 효과를 내기 어려웠다. 사석에서 만나는 정부 당국자들도 이런 허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이런 정책을 지속한 것은 무책임하다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한·미 당국은 이제 북한이 말을 듣지 않으니 제재를 더 강화하겠다고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제재를 강화하고, 이것도 여의치 않으면 국가별 독자 제재에도 나선다는 말까지 흘린다. 끝없는 제재의 연속이다. 북한은 이미 ‘제재의 백화점’이라고 불릴 정도로 온갖 제재를 받고 있어 추가 제재의 실효성이 별로 없는데도 말이다.
이런 제재의 끝은 어디일까? 결국 북한은 핵무기 개발, 운반체(로켓) 개발에 이어 조만간 핵탄두 소형화와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 확보해 ‘소규모 핵강국’의 반열에 오르지 않을까 두렵다.
해법은 하루빨리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는 것뿐이다. 이를 통해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고, 세계 역사상 유일하게 60년간이나 지속되고 있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 이런 신뢰 구축 작업이 선행되어야만 북한 지도부가 핵이 없어도 생존할 수 있다는 인식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상당 부분 한국 정부가 쥐고 있다. 그리고 그 계기는 이번 대선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선 북한 핵문제가 미국한테 굉장히 중요한 사안인 것 같지만, 실제 미국 외교의 우선순위에선 뒤로 밀려나 있다. 대북 협상에 대한 피로가 누적돼 있는데다 아프간 전쟁과 이란 핵, 시리아 내전 등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탓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한 것처럼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간의 대화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박현 워싱턴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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