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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 읽기] 무능한 안보와 가짜 평화론 / 김연철

등록 2012-12-13 19:22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왜 이명박 정부에선 정보 실패가 반복되는가? 이념의 세계에 사로잡혀 현실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5년 내내 노무현 정부 탓만 했지, 한번이라도 무너진 안보를 성찰한 적이 있는가? 북한의 로켓 발사대 위성사진을 보면 뭐하는가? 수리를 해체라고 판단하는 무능을 믿고 국민들은 5년을 살아왔다.

최악의 안보 무능 정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이명박 정부가 퇴장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어떤가? 집권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최소한 안보 무능을 사과하는 것이 도리다. 그리고 정보 실패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를 두둔하고 있다. 진단을 생략하고, 처방을 제시할 수 있는가?

왜 우리 정부만 비판하고 북한 편만 드느냐고 묻는다. 종북 프레임이다. 그런 적 없다. 북한은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주장하지만, 야권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로켓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비판했다. 중요한 것은 해법이다. 정부가 보수단체도 아닌데, 규탄 성명만 내면 끝인가? 아니다. 핵무기와 운반수단인 로켓을 근본적으로 폐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통령의 철학이 중요하다. 1차 텔레비전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가 가짜 평화를 거론했다. 깜짝 놀랐다. 아니나 다를까 새누리당 사람들이 1938년 뮌헨회담의 교훈을 잊지 말자고 부연 설명을 한다. 뮌헨회담은 영국의 체임벌린 총리가 히틀러에게 속은 정상회담이다. ‘이제 평화가 왔다’고 했지만 결국 1939년 히틀러가 체코를 침략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과 과거 역사의 중요한 차이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누가 어떤 목적으로 뮌헨의 기억을 현재와 대비시켰는가? 그들은 누군가? 바로 전쟁을 하겠다는 사람들이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에게 전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장군들이 거론한 논리다. 베트남 전쟁을 시작하면서 존슨 대통령이 ‘나는 체임벌린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라크 전쟁을 시작하면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전쟁에 신중해야 한다는 사람들을 비판한 개념이 바로 ‘뮌헨의 가짜 평화론’이다. 국제정치학에서 이런 것들을 ‘뮌헨 콤플렉스’라고 부른다. 미국의 네오콘들이 입만 열면 떠드는 논리다. 비겁한 평화, 혹은 가짜 평화라는 단어는 ‘3일만 참으면 이길 수 있다는’ 정신 나간 사람이라면 모를까, 대통령 후보가 공개적으로 거론할 개념이 아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군사적 개입은 제외다. 국제사회가 그 정도로 비정상이 아니다. 그럼 경제제재는 어떤가? 유엔 안보리가 제재를 재확인하더라도 실효성은 없다. 한·미·일 3국이 추가 제재를 할 게 없다. 이미 가장 강력한 제재를 하고 있다. 중국은 추가 제재를 반대하고 있고, 현재의 북-중 경협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제재의 실패를 확인시켜주었다.

결국 남은 것은 외교적 협상밖에 없다. 협상은 순진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쉬운 일도 아니다. 1962년 일부 군인들이 비겁한 체임벌린이 되지 말자고 주장할 때, 케네디 대통령은 “두려움으로 협상을 할 필요는 없지만, 협상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았다. 평화 만들기는 전쟁을 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다. 군 미필자들이 입으로만 전쟁을 외치는 가짜 안보는 실패했다.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유능한 안보가 필요한 때다. 또다시 무능한 안보와 실패한 외교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협상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능한 정부를 선택할 것인가?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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