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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지금은 유권자 혁명중

등록 2012-12-12 19:33수정 2012-12-13 09:52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대통령 선거는 끝난 줄 알았다. 박근혜 후보가 워낙 오랫동안 앞서 있었다. 뒤늦게 문재인-안철수 단일화가 완성됐지만 시기가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 아니었던가.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굼벵이처럼 느릿느릿하면서도 꾸준히 올라간다. 박근혜 후보와 간격이 자꾸 좁혀진다. 이건 뭐지? 설마. 선관위의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를 전해 들은 것은 11일 낮이었다.

“적극적 투표 의향층이 79.9%나 됩니다. 아무래도 투표율이 예상보다 올라갈 것 같습니다.”

자료 확인을 위해 허겁지겁 새누리당 당사 4층에 있는 기자실로 달려갔다. 기자실은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을 하려는 사람 들로 북적였다. ‘대세는 끝났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선관위 자료를 열어 보고 보충취재를 했다. 5년마다 동일한 방식으로 하는 조사라고 했다. 신빙성이 있었다. 1992년 14대 대선(김영삼 당선)은 적극적 투표 의향층 88.7%에 실제 투표율 81.9%, 1997년 15대(김대중)는 88.4%에 80.7%, 2002년 16대(노무현)는 80.5%에 70.8%, 2007년 17대(이명박)는 67.0%에 63.0%였다.

79.9%는 16대 대선과 비슷한 수치다. 그렇다면 실제 투표율도 70% 정도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특히 적극적 투표 의향을 밝힌 20대가 5년 전보다 22.9%포인트, 30대는 14.9%포인트 늘었다는 대목이 눈에 확 띄었다. ‘젊은 유권자’를 생각하자 곧바로 ‘안철수 전 후보’가 떠올랐다.

오후 3시 이화여대 정문 앞은 안철수 전 후보와 사진 찍고 악수하려는 여학생들로 가득했다. 아이돌 스타를 보려는 열성팬들을 방불케 했다. 머리 위의 수많은 스마트폰 사이로 ‘지못미’ 피켓도 보였다. 안철수 전 후보가 조그만 상자 위에 올라서서 머리 위에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렸다. 사회를 맡은 허영 전 수행팀장은 학생들에게 사진을 찍어서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로 무한살포해 달라고 호소했다. ‘소리통’을 세 번 외친 뒤 안철수 후보의 작은 목소리는 ‘인간 마이크’를 통해 퍼져나갔다.

“청년이 투표하지 않으면 정치가 청년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되지 않습니다. 청년이 투표해야 청년문제 해결됩니다. 꼭 투표 참여 하실 거죠? 혹시 주위에 안철수가 사퇴해서 투표 안 하겠다는 친구나 이웃 계시면 꼭 투표 부탁드린다고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안철수 전 후보는 11일 고려대 중앙광장, 건국대 롯데백화점 앞, 이화여대 정문 앞, 홍대 거리, 신촌 유플렉스 앞 등 다섯 곳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 및 투표 참여 캠페인을 했다. 그리고 12일에는 원주와 춘천의 번화가에서 같은 내용으로 캠페인을 했다.

얼핏 보면 안철수 전 후보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돌아다니는 것 같다. 그러나 선거 지형을 자세히 살펴보면 안철수 전 후보의 투표 참여 캠페인이야말로 문재인 후보를 가장 효율적으로 돕는 고단수 선거운동이다.

이유는 이렇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유권자들은 지지 후보를 바꾸지 않는다. 승부는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가느냐, 가지 않느냐로 갈린다. 유권자 절반이 몰려 있는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에서 젊은층 투표율이 올라가야 문재인 후보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은 젊은층한테 별로 인기가 없다. 결국 안철수 전 후보가 젊은층의 거점을 찾아가 에스엔에스로 투표 독려를 하는 것은 매우 탁월한 선거전략이다.

남은 변수는 안철수, 투표율, 세대투표 정도다. 사실은 한 가지 변수의 세 가지 모습이다. 북한이 로켓을 쐈지만 어느 쪽이 유리한지 아직 알 수 없다. 어쨌든 투표율이 70%를 훌쩍 넘어설 경우 문재인 후보가 승리한다. 문재인 후보가 이기면 선거에 의한 혁명, 유권자 혁명으로 기록될 것이다. 지금까지 여론조사와 전문가들의 분석은 모두 웃음거리가 된다. 혁명의 주체는 누구일까? 안철수? 문재인? 아니다. 젊은 유권자 ‘그들 자신’이라고 봐야 한다. 혁명이 성공할까? 궁금하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관련영상] <한귀영의 1 2 3 4 #9>2% 부족한 문재인, 60대의 숨은 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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