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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북한 로켓과 ‘똥주 선생’ / 김보근

등록 2012-12-12 19:27수정 2013-05-16 16:26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12일 북한의 로켓 발사 뒤 똥주 선생이 생각났다. 영화 <완득이>에서 똥주 선생은 불량청소년 완득이가 교회에서 “죽여달라”고 기도할 정도로, 잔소리에 거친 욕까지 입에 달고 사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결국 완득이가 변화하는 데 큰 몫을 한다. 비결은 잔소리와 거친 욕설이 아니다. 그의 잔소리는 ‘난쟁이 아빠와 집 나간 필리핀 엄마’로 대변되는 완득이의 열악한 가정환경을 이해하면서 나온 것이었다. 결국 완득이도 똥주의 마음을 알게 된다. 변화의 핵심은 바로 ‘상황에 대한 이해’다.

로켓이 발사된 뒤 북한에 대한 비난은 넘치지만 ‘똥주의 목소리’는 찾기 어려웠다. 사실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는 비판받을 일이다. 무엇보다 유엔 결의를 어긴 것이기 때문이다. 2009년 2차 핵실험 뒤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제재결의안 1874호는 북한에 대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발사도 금지했다. ‘왜 우리만 유일하게 평화적 목적의 활동까지 제재를 받아야 하는가’라고 북한은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또한 국제사회가 그만큼 북한을 불안하게 보고 있다는 증표일 것이다. 더욱이 이번 로켓 발사로 북한은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기술이 있음을 과시했다. 우회적 미사일 발사인 셈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민주통합당까지 하나가 된 듯, 북한이 이번 발사로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틀린 말은 아닌데, 그 모습이 저간의 사정은 외면하고 완득이의 불량스러운 행동만 비난하는 초보 선생같이 느껴진다. 과연 똥주가 대화 없이 회초리만 드는 초보 선생이었다면 완득이의 행동을 고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완득이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선생의 잔소리에 더욱 비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북한이라는 완득이도 꼭 그런 상황이다.

똥주라면 어떻게 했을까? 무엇보다 북한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상황을 이해하려 했을 것이다.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북한의 엇나간 행동도 되풀이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주목할 현상은 각국의 무한 군사력 증강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서 한·미·일 삼각동맹이 강화돼왔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계획에 남한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지난 10월 초에는 한국군이 개발할 수 있는 미사일 사거리가 기존의 300㎞에서 800㎞로 늘어났다. 북한은 이런 변화들을 보면서 심각한 안보위협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완득이의 길거리 싸움이 칭찬받을 행동이 아닌 것처럼, 북한의 로켓 발사 또한 칭찬받을 일은 아니다. 다만, 똥주라면 그간에 동북아시아에서 일어난 이러한 변화들 또한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는 요소들이라는 점을 함께 얘기했을 것이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힘으로 눌러 100% 안전을 보장받는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을 압박하는 방법으로 우리의 안전을 영원히 지킬 수는 없다는 말이다. 안보불안감이 높아진 북한 또한 자신들이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느낄 때까지 계속 미사일과 핵을 개발해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의 안전’이라는 좁은 개념에 갇혀버리면, ‘평화는 모두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합의점에서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잊기 쉽다. 안보문제는 결국 남북간, 북-미간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거리의 싸움꾼 완득이는 마침내 룰을 지킬 줄 아는 복서로 자신을 변모시켰다. 북한도 국제사회에서 룰을 지키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매를 들어 위협만 해서는 그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가 똥주 선생이 되지 못한다면, 북한을 ‘복서 완득이’로 만들 방법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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