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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인섭 칼럼] 검찰개혁, 누가 어떻게?

등록 2012-12-04 19:18수정 2012-12-04 21:32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명박 정부 임기 말기에 이르러 검찰의 신뢰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과거엔 “뼈를 깎는 각오로 반성”하겠다고 되뇌었으나, 지금은 그런 수사조차 끄집어낼 여유가 없는 형편이다. 엽기적이고 경악할 만한 검찰비리 시리즈는 직급의 고하를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검찰이 국민의 걱정과 분노만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검찰의 정치화가 심각하다. 정권충성경쟁에 너나없이 뛰어들다 보니 최소한의 염치조차 사라져 버렸다. 처음부터 무죄가 뻔한 피디수첩 사건, 미네르바 사건,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사건 등도 기소를 강행했다. 표적수사는 정치적 반대자는 물론 일반 시민을 괴롭히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무죄 판결을 받고도 관련 검사들은 오히려 승승장구했다. 충성도가 승진을 좌우하다 보니 정치검찰화가 오히려 자연스러운 관행인 양 여겨질 정도가 되었다.

한국의 검찰은 수사 전반을 지휘감독하고, 기소를 독점한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막강한 권한이다.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검-경 간 수사권 조정과 기소권 통제를 위한 방안은 사법개혁 차원에서 추진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검찰은 자신들의 권한 축소를 초래할 그 어떤 변화의 시도에도 한사코 맞섰다. 중앙수사부 폐지론을 놓고 조직의 수장한테까지 대든 중수부장에 대해 내부의 성원까지 이어지는 형편이다. 앞으로 검찰 권한과 조직의 축소 기도에 대해서는 검사들이 일제히 반발할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하다 보니, 검찰엔 특권의식이 체질화되었다.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에 이어, 9억뇌물 검사가 등장하는가 하면, 검사 집무실에서 버젓이 성추행하는 검사까지 나온다. 외부 범죄를 척결하기 바빠야 할 기관이 내부 비리의 수사에 힘을 쏟아야 할 형편이다. 경찰이 먼저 인지한 검사 비리의 수사를 가로채다시피 한 배경에는 경찰이 어떻게 검사를 감히 수사하느냐는 오만한 특권의식이 자리잡고 있지나 않은가. 별다른 은폐 노력조차 없이 9억원의 뇌물을 받아 챙긴 검사의 경우에도 특권의식이 스며 나온다.

국회는 그동안 검찰에 대한 외압을 막고 나름대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여러 조처를 취했다. 전 행정부를 통틀어 검사의 직급은 파격적으로 높다.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까지 거쳐 임기까지 법률화되어 있다. 검찰권 행사의 신뢰가 문제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특별검사제까지 도입했다. 검사 개개인의 기개가 살아 있다면, 이 정도의 제도로도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별다른 장애가 없다. 그러나 각종 독립성 강화를 위한 장치들은, 오히려 여론의 외풍을 막고 검찰 내부의 특권의식을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악용하지 않았나 반성할 일이다. 정권과의 유착을 오히려 강화하면서, 전체적으로 검찰집단의 권력을 유지하였다. 검사들의 단결의식은 검찰권 강화를 위해 주로 발동되었을 뿐, 시민의 인권과 편익을 높이기 위해 행사된 적이 별로 없다.

이제 검찰개혁은 절박한 국민적 과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현 검찰의 자정 노력과 쇄신의 노력은 기대 난망인데다, 개혁에 저항하는 권력집단으로서의 면모만 더욱 노출된다. 검찰개혁은 새롭게 국민적 신임을 확보한 새 정부의 몫이다. 검찰 안팎의 저항을 뚫고,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검찰상을 구현해내야 한다.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존중하여 대통령 후보들은 검찰개혁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윤대해 검사의 문자메시지에서 보듯이, 박근혜 대통령 아래서 검찰의 개혁은 시늉만의 것으로 그칠 것이다. 제일 개혁안이라고 내놓은 중수부의 폐지 여부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정치검찰화가 저지될 전망도 거의 없다. 그에 반해 문재인 쪽의 개혁안은 구체적이고 명확하다. 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도입 주장만 보고 하는 말이 아니다. 검찰의 특권을 종식시키고, 권한을 합리적으로 분배하고, 고위직 인사를 개방할 것이라는 공약에 정밀성과 결연함이 느껴진다. 다른 건 몰라도, 검찰개혁에 관한 한 문재인이 박근혜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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