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사랑이 깊으면…

등록 2012-11-28 19:38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산업혁명은 농업 사회였던 유럽을 산업 사회로 변모시켰다. 가혹한 노동 조건이나 새로운 환경 문제 같은 그늘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산업혁명이 초래한 물질적 풍요는 과학과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높였다. 그것은 과학과 기술이 사회의 발전을 가져오고 더 나아가 참된 지식의 원천이 되리라는 낙관주의적 사조인 실증주의로 이어졌다.

과학의 방법을 ‘세계 연구’에 적용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실증주의’라는 말을 쓴 인물은 유토피아 사회주의자 생시몽이었다. 그 세계는 정치, 사회, 교육, 종교 등등의 영역을 포함했으며, 그 연구는 개혁을 가져다주리라는 확신을 생시몽은 가졌다. 그렇지만 실증주의 철학을 체계화시켜 논리적 극단으로 몰고 간 사람은 생시몽의 제자이자 동료였던 오귀스트 콩트였다.

콩트는 인간 정신이 신학, 형이상학을 거쳐 과학, 즉 실증의 단계로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신학의 단계에서는 자연이나 사회 현상을 초자연적 절대자의 의지가 발현된 것으로 파악한다. 콩트는 형이상학의 단계로 접어들어도 초자연적인 힘이 추상적인 개념으로 바뀐 것일 뿐, 본질적인 변화는 없다고 주장한다. 과학의 단계에 도달해야 비로소 사람들은 구체적 현상을 정확하게 관찰하여 그 현상을 지배하는 일반법칙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감정은 구체적 관찰이 불가능하기에 콩트의 체계에서 존립할 근거가 없어 보인다. 그런 콩트가 한 여인을 만났다. 클로틸드 드보였다. 한눈에 반한 콩트는 열렬한 사랑의 편지를 보냈다. 불한당 같았던 남편과 별거 중이지만 이혼까지 이르지 못했던 드보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콩트의 구애를 거절했다. 편지만은 주고받았던 드보는 일년 뒤 결핵으로 사망했다. 연애의 감정은 콩트를 변화시켜 ‘인류교’라는 새로운 종교를 창시하게 만들었다. 그 종교의 달력에서는 성 클로틸드 축일을 기념한다.

친구였던 밀은 과도한 사랑인 인류교의 콩트를 ‘나쁜 콩트’라고 불렀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한겨레 인기기사>

“이러다 박근혜 되는 거 아니냐” 걱정하는 20~30대도 많아
박근혜 악수거부 “악랄한 유포”의 진실은…
닷새만에 돌아온 안철수 “향후 행보는 지지자 뜻에 따라”
‘26년’ 본 5·18 생존자들…관객석에선 “쏴!”
어르신들만 서서 가는 KTX 왜?
히딩크 은퇴 선언 “이번 시즌이 마지막”
두 돌 아이의 책상, 할머니의 깊은 뜻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학원이 필요하다 1.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학원이 필요하다

‘내란 청문회’ 증언, 모두 윤석열을 가리킨다 [1월23일 뉴스뷰리핑] 2.

‘내란 청문회’ 증언, 모두 윤석열을 가리킨다 [1월23일 뉴스뷰리핑]

문제는 윤석열이 아니다 [김누리 칼럼] 3.

문제는 윤석열이 아니다 [김누리 칼럼]

‘-장이’와 ‘-쟁이’ [말글살이] 4.

‘-장이’와 ‘-쟁이’ [말글살이]

법집행 전면 부정한 ‘폭동’ 배후도 철저히 수사해야 [왜냐면] 5.

법집행 전면 부정한 ‘폭동’ 배후도 철저히 수사해야 [왜냐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