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땅값 총액은 최근 공시지가로 따져 2200조원쯤 된다. 캐나다를 6번, 프랑스를 8번 살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1953년부터 2007년까지 54년간 땅값 총액은 1만배 이상 폭등했고, 특히 1963~79년 사이 3.4조원에서 329조원으로 100배가량 올랐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가 한국감정원과 통계청 등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땅값 상승 기여도는 박정희 정부 50.5%>이승만 14.7%>노태우 8.8%>전두환 7.5%>노무현 2.3%>김대중 -0.1%>김영삼 -0.7% 차례다. 1963~79년 시기 국내총생산이 경상가격으로 131조원이었으나 땅값 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은 326조원이었다. 땅값 폭등 속도가 소득 성장 속도를 압도해 성장 열매가 소수 부유층에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물가 역시 1953~2007년 사이 258배 올랐다. 정권별로는 박정희 44.5%>이승만 24.2%>전두환 7.2%>노태우 6.4%>김영삼 4.4%>김대중 3.1%>노무현 2.6%의 순서로 물가 상승에 기여했다.
박 정권 시절 전 국토를 파헤쳐 땅값을 올렸고, 돈을 마구 찍어내 성장률만 높이려 했기 때문에 그 후유증으로 물가가 폭등했다. 이 교수는 “수출로 먹고살아야 할 한국이 국제경쟁에서 고지가·고물가라는 쇠뭉치를 달고 뛰어야 하는 형국이 됐다”며 “박정희 시대 경제성장은 상상을 초월하는 부동산 광풍을 생각하면 미래의 성장을 미리 당겨쓴 ‘외상 경제’ 운용”이라고 진단한다.(이상 이정우 외, <박정희의 맨얼굴>)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최근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했다. 김종인씨가 주장해온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등 재벌개혁의 핵심 내용은 다 빠졌다. 아버지처럼 경제를 운용해도 전직 대통령 평가에서 1위를 달리니, 굳이 성장 노선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본 모양이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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