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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거인의 배변

등록 2012-11-14 19:27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은 프랑스의 르네상스 인문주의자 프랑수아 라블레가 쓴 소설의 주인공이다. 아버지 가르강튀아와 아들 팡타그뤼엘은 거인이다. 그들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신조에 맞춰 대식과 폭음을 즐긴다. 엄청난 거구가 과하게 먹고 마시는지라 배출량도 상상을 초월한다. 귀찮게 구는 사람들에게 ‘장난삼아’(par ris) 소변을 봤는데 몇십만명이 오줌 홍수에서 허우적댄 일이 있어 그곳이 파리가 되었다는 우스갯소리를 라블레는 전한다.

문학비평가 미하일 바흐친은 라블레의 작품을 카니발레스크 소설이라 정의한다. 카니발, 즉 축제라고 요약되는 중세의 대중문화에는 모든 사람들이 동등하게 참여했다. 우리의 탈춤을 연상시키듯 축제에선 지배자와 피지배자, 신성함과 불경스러움, 공연자와 관람자가 뒤섞여 어우러진다. 그런데 근대로 오며 이런 축제가 많이 사라졌다. 바흐친의 주장은 축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라블레 같은 사람들의 글 속으로 스며들어갔다는 것이다. 라블레의 글이 갖는 풍자와 해학의 요소를 높이 평가한 논지일 게다.

한편 무한정 먹어대는 거인의 모습을 나쁘게 묘사한 경우도 있다. 사실주의 화가로 알려진 도미에는 타락한 사법부나 실수만발의 무능한 정부를 조롱한 풍자만화가였다. 1830년 7월 혁명 이후 루이 필리프가 프랑스의 왕이 되었다. 훌륭한 ‘시민왕’이 되리라는 기대와 달리 그의 정책은 혁명을 주도한 시민들의 불만을 해소시키지 못했다. 도미에는 루이 필리프를 가르강튀아처럼 묘사한 삽화를 그렸다. 가난한 사람들의 재산이나 뇌물을 마구 흡입하는 것을 그 거인의 식욕에 빗댄 그림이었다. 도미에는 6개월간 투옥되었다.

마구 먹어댄 이 정부의 뒤처리가 문제다. 조사 대상이 특검을 비난하고 방해한다. 그들이 먹어댄 것의 결과로 남을 배변의 처리는 결코 ‘장난’이 아니다. 그것을 엄정히 다룰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필연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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