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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투표의 역설

등록 2012-11-07 19:29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콩도르세는 적분학에 관한 논문으로 경력을 시작한 계몽사상가였다. 수학자로서 세계적 명성을 쌓은 그는 경제학자 튀르고와 친구가 되었다. 루이 15세와 16세 치하에서 높은 관직에 있던 튀르고를 통해 콩도르세는 파리 주조국의 조사관으로 임명된 뒤 점차 철학과 정치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인권에 관심이 높아, 특히 흑인과 여성의 권리를 옹호했다. 그것은 계몽사상가들 사이에서도 현저하게 진보적인 행동이었다.

프랑스 혁명에서는 온건파로서 의무교육과 여성 참정권을 강조하는 헌법 초안을 작성했으나 과격파가 다수를 점령한 의회에서 부결되었다. 루이 16세에 대한 재판에는 찬성했지만 처형에는 반대했고, 과격파의 헌법에 반대한 이유로 그에게 ‘반역자’의 낙인이 찍혔다. 반년 남짓 도피한 기간에 쓴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는 체포된 지 이틀 만에 의문의 죽음을 맞은 그의 유작이 되었다. 그것은 계몽주의 역사관을 확연히 드러낸다.

그는 여기에서 진보의 개념을 설파한다. 인간은 지식을 축적하고 공유함으로써 자연계에 대한 모든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자연계에 대한 개명은 사회와 정치 세계에 대한 개명의 욕망을 촉진한다. 완벽한 인간 존재는 없기에 인류의 진보는 불가피하게 지속되어야 한다. 인간은 완벽한 이상 사회를 향해 계속 진전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인간은 인종·종교·문화·성별과 무관하게 연합해야 한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여성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무상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의 최후작도 데뷔작과 마찬가지로 적분학이었던 것이다.

한편 그는 ‘투표의 역설’이라고 불리는 ‘콩도르세의 역설’로도 유명하다. 그는 셋 이상의 대상을 두고 투표할 경우 그 결과는 투표자들의 진의를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확률적으로 증명했다. 단일화의 청사진이 그려졌으니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는 투표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졌음을 쌍수로 환영한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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