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결론부터 말하자. 문재인·안철수, 닥치고 만나라. 역사의 죄인들이 되고 싶지 않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무조건 만나라. 아무 조건 없이 ‘단둘이서만’ 만나라. 누구 듣는 사람도, 밖에 말 전할 사람도 없이 ‘단둘이서’ 서너시간 식사하고 차 마시면서 무슨 얘기든 하고 나와라. 만나고 나서 언론에도 일절 아무 말 하지 마라. 그래야 부담 없이 마음을 비우고 허심탄회하게 서로 얘기할 수 있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 가족 얘기,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서로에게 하고 싶은 얘기, 무엇이든 좋다. 서로 아무 부담 없이, 정치적 계산 없이, 마음을 비우고 얘기하다 보면 두 사람 사이에 분명히 무언가 공감대가 생길 거다. 서로 이해하는 마음도 생길 거다. 동지애도 생길 거다. 왜냐하면, 두 사람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안철수·문재인 두 사람이 표를 나눠 가져서는 이번 대선에서 절대 이길 수 없고, 그냥 정치공학적으로 합치기만 한다고 반드시 표가 모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건 이미 많은 정치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 있다. 그러니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단일화를 성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는 단일화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단일화는 두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공하는 단일화를 위해서는 두 사람이 먼저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단일화의 합의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주고받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 미래비전에 대한 합의여야 한다.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여야 한다.
단일화를 해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겼다고 두 사람 할 일이 다 끝나는 것도 아니다. 정권교체와 시대교체를 이루고, 정치개혁·관료개혁·사법개혁·언론개혁·교육개혁 등 국가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여 성공한 진보개혁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계속 힘을 합쳐야 한다. 재벌-수구언론-모피아 ‘수구 삼각동맹’의 힘을 절대 얕봐서는 안 된다. 보수 기득권층의 저항을 절대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두 사람을 구심점으로 민주·진보진영의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도 이긴다고 보장할 수 없다. 보수 기득권층과의 싸움은 대통령 선거보다 더 힘든 싸움이다. 문재인 후보는 모피아 관료들의 사보타주와 재벌의 저항을 몸소 겪어보지 않았는가. 안철수 후보도 기업을 경영하면서 직접, 간접으로 겪어보았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앞으로 5년, 10년, 아니 남은 생애 두 사람이 힘을 합쳐 개혁을 해나간다는 생각으로 단일화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두 사람의 단일화는 후보 단일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지적 단일화여야 하고, 그것은 두 사람 사이에 국가비전, 개혁, 시대적 소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사실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의 정책 합의는 어렵지 않다. 두 사람의 정책이 사실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복지, 남북경협, 대북문제, 정치쇄신, 검찰개혁 구상 등에서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큰 틀에서 차이는 없다. 두 사람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미래비전에 대해 뜻만 맞추면 된다.
국가정책 성패는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누가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안철수·문재인 후보의 삶과 철학, 인품과 인격, 역사인식과 사회의식으로 보면 보수정당의 대선 후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두 후보가 반드시 ‘동지적 단일화’를 이루어 대선에서 이겨야 하는 이유다. 두 사람 다 개인적인 정치적 야심 때문에 출마한 것이 아니라 정권교체, 시대교체라는 국민적 여망에 따라 출마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국민들이 원하는데 두 사람이 이리저리 재면서 만나지 못할 이유가 무언가. 두 사람의 만남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요인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일부 사심 가득 찬 참모들이다. 그 사람들을 걷어내고 문·안은 당장 내일이라도 만나서 자신들을 지지하는 국민들에게 우선 ‘문안’부터 드리는 게 도리가 아닐까.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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