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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동걸 칼럼] 문재인·안철수, 조건 없이 만나라

등록 2012-11-04 19:12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결론부터 말하자. 문재인·안철수, 닥치고 만나라. 역사의 죄인들이 되고 싶지 않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무조건 만나라. 아무 조건 없이 ‘단둘이서만’ 만나라. 누구 듣는 사람도, 밖에 말 전할 사람도 없이 ‘단둘이서’ 서너시간 식사하고 차 마시면서 무슨 얘기든 하고 나와라. 만나고 나서 언론에도 일절 아무 말 하지 마라. 그래야 부담 없이 마음을 비우고 허심탄회하게 서로 얘기할 수 있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 가족 얘기,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서로에게 하고 싶은 얘기, 무엇이든 좋다. 서로 아무 부담 없이, 정치적 계산 없이, 마음을 비우고 얘기하다 보면 두 사람 사이에 분명히 무언가 공감대가 생길 거다. 서로 이해하는 마음도 생길 거다. 동지애도 생길 거다. 왜냐하면, 두 사람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안철수·문재인 두 사람이 표를 나눠 가져서는 이번 대선에서 절대 이길 수 없고, 그냥 정치공학적으로 합치기만 한다고 반드시 표가 모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건 이미 많은 정치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 있다. 그러니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단일화를 성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는 단일화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단일화는 두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공하는 단일화를 위해서는 두 사람이 먼저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단일화의 합의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주고받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 미래비전에 대한 합의여야 한다.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여야 한다.

단일화를 해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겼다고 두 사람 할 일이 다 끝나는 것도 아니다. 정권교체와 시대교체를 이루고, 정치개혁·관료개혁·사법개혁·언론개혁·교육개혁 등 국가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여 성공한 진보개혁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계속 힘을 합쳐야 한다. 재벌-수구언론-모피아 ‘수구 삼각동맹’의 힘을 절대 얕봐서는 안 된다. 보수 기득권층의 저항을 절대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두 사람을 구심점으로 민주·진보진영의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도 이긴다고 보장할 수 없다. 보수 기득권층과의 싸움은 대통령 선거보다 더 힘든 싸움이다. 문재인 후보는 모피아 관료들의 사보타주와 재벌의 저항을 몸소 겪어보지 않았는가. 안철수 후보도 기업을 경영하면서 직접, 간접으로 겪어보았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앞으로 5년, 10년, 아니 남은 생애 두 사람이 힘을 합쳐 개혁을 해나간다는 생각으로 단일화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두 사람의 단일화는 후보 단일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지적 단일화여야 하고, 그것은 두 사람 사이에 국가비전, 개혁, 시대적 소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사실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의 정책 합의는 어렵지 않다. 두 사람의 정책이 사실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복지, 남북경협, 대북문제, 정치쇄신, 검찰개혁 구상 등에서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큰 틀에서 차이는 없다. 두 사람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미래비전에 대해 뜻만 맞추면 된다.

국가정책 성패는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누가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안철수·문재인 후보의 삶과 철학, 인품과 인격, 역사인식과 사회의식으로 보면 보수정당의 대선 후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두 후보가 반드시 ‘동지적 단일화’를 이루어 대선에서 이겨야 하는 이유다. 두 사람 다 개인적인 정치적 야심 때문에 출마한 것이 아니라 정권교체, 시대교체라는 국민적 여망에 따라 출마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국민들이 원하는데 두 사람이 이리저리 재면서 만나지 못할 이유가 무언가. 두 사람의 만남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요인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일부 사심 가득 찬 참모들이다. 그 사람들을 걷어내고 문·안은 당장 내일이라도 만나서 자신들을 지지하는 국민들에게 우선 ‘문안’부터 드리는 게 도리가 아닐까.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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