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구 논설위원실장
온 국민의 관심이 대통령 선거에 쏠려 있는 사이, 4대강에서는 소리없는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유유히 흐르던 대규모 자연 하천을 보로 막아 물항아리를 만들 때 이미 예고됐던 재앙이다. 고인 물은 썩고 썩은 물에서는 생명이 살 수 없다는 것을, 생태계 파괴가 뭇 생명들에겐 곧 죽음이라는 것을 정말 몰랐을까.
금강에서 물고기 떼가 가쁜 숨을 헐떡이며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17일부터다.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신문에 실린 물고기 사체 사진은 끔찍했다. 허연 배를 드러내고 강변에 널브러져 죽어 있는 수많은 물고기 떼. 누치, 모래무지, 쏘가리 등 어종을 가리지 않았다. 무려 130㎝가 넘는 초대형 메기도 견디지 못하고 죽은 채 떠올랐다. 비단처럼 곱다던 금강은 그렇게 떼죽임을 당한 수만 마리의 물고기 사체로 뒤덮였다. 지금은 미처 수거하지 못한 사체들이 썩는 악취가 진동한다고 한다.
금강뿐이 아니다. 낙동강에서도 수천 마리의 물고기들이 죽어나갔다.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된 낙동강의 물고기 떼죽음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아가리를 쩍 벌린 채 죽어 있는 사진을 보고 있으면 환경을 무자비하게 파괴한 인간에 대한 물고기들의 원성이 들리는 듯하다. 이런 죽음의 행렬은 물고기 씨가 다 마른 뒤에나 끝날 것인지, 참담하기만 하다.
환경당국은 아직까지도 물고기 집단폐사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까지 동원했지만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면서도 한사코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은 부인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4대강 사업에 흠집을 내지 않으려는 것이겠지만 생명과 환경을 대하는 당국자들의 무신경과 뻔뻔함이 한심할 뿐이다.
4대강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논란이 컸던 게 수질 악화와 생태계 파괴 여부였다. 환경단체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대형 보로 강물을 가둬놓으면 수질이 악화할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 정부는 막무가내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에 찬 목소리로 “대한민국의 기술 수준이 30~40년 전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강 복원 기술을 갖고 있다”며 수질 악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첨단 아이티 기술을 적용한 로봇물고기를 강에 풀어 수질을 감시하겠다는 기상천외의 아이디어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로봇물고기는 내년 6월에나 강에 투입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도 그때 가봐야 알 일이다. 전형적인 과장 홍보였던 셈이다.
결국 모든 것은 드러난 결과로 말할 수밖에 없다. 지금 눈앞에서 떼죽음을 하고 있는 물고기들이 4대강 사업의 실체를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제라도 그들이 죽어가며 힘겹게 내뱉고 있는 신음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당장 보 문을 열어 강물을 예전처럼 흐르게 하는 것이다. 물고기들이 숨을 쉬며 살아갈 수 있게 물길을 터줘야 한다. 강물을 막아둔 채 원인을 규명한다고 시간만 보내는 사이 그나마 살아 있는 물고기마저 다 죽고 나면 무슨 소용인가. 지금도 환경당국이 한다는 건 고작 죽어서 떠오르는 물고기 치우는 일밖에 없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생명에 무신경한 정부를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라는 4대강 사업은 이 정권이 끝나면 사업 전 과정을 재점검해 잘잘못을 가려낸 뒤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4대강 사업의 애초 목표였던 홍수 방지, 수질 개선 및 생태계 복원, 고용 창출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멀쩡했던 4대강을 죽음의 강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사업 추진 과정에서 편법과 불법이 난무했고, 사업에 참여한 건설업체들의 담합 비리 등 온갖 오점으로 얼룩졌다.
다행히 모든 대선 후보 진영이 다음 정권에서 4대강 사업 재평가를 약속했으니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본다.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 등을 공약한 쪽도 있고, 대형 보의 철거 여부를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이들의 공약이 빈말이 아니길 바란다. 하루하루 죽음의 강으로 변해가는 4대강을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정석구 논설위원실장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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