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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영웅을 원해!

등록 2012-10-17 19:30수정 2012-10-17 19:30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영국의 역사가 토머스 칼라일은 영국이 인도와 셰익스피어에서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인도를 포기하는 게 낫다는 말로 유명하다. 그 말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웅의 역사>에 나온다. 그 책 때문에 칼라일은 역사에서 영웅의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그의 영웅관은 대선을 앞둔 우리가 경청할 만하다.

실상 영웅에 대한 칼라일의 생각은 초기 저작에서 개진된 ‘의상 철학’의 내용이 반영된 것이다. 그 독특한 비유에서 ‘의상’ 곧 옷은 현실을, ‘몸’은 이상을 뜻했다. 옷이 몸을 가리기도 드러내기도 하듯, 현실은 이상을 감추기도 하고 표출하기도 한다. 바꿔 말해 물질세계는 그 배후에 놓인 정신적 질서가 눈에 보이게 드러난 것이다. 칼라일이 주장하듯 인간이 본질적으로 정신적 존재라 해도 그 본질은 물질세계를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옷만 볼 뿐 몸을 보지 못한다. 옷 뒤에 숨어 있는 몸인 정신적 실재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영웅이다. 칼라일의 영웅은 “사물의 내적인 세계, 곧 진실하고 신성하며 영원한 것 속에 사는 사람”이다. 영웅은 그 몸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이끌고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만 물질세계에서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이 그 배후에 존재하는 정신적 질서를 향해 나아가도록 진지한 도덕적 노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왕의 옷을 입기만 한 가짜 영웅도 있다. 종들은 가짜 영웅의 지배를 받아들인다. 그러니 그 세상이 그의 것이요, 그가 그들의 세상이다. 그 세상을 피하려면 무엇이 진실인지를 알아서 거짓을 간파해야 한다. 칼라일은 말한다. “우리는 진정한 지배자인 영웅을 한층 잘 알아봐야 한다. 아니면 영웅이 되지 못하는 자의 지배를 영원히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거리 모퉁이마다 투표함이 있어도 그것으로는 시정할 수는 없다.” 몸을 감추는 가짜가 아니라 몸을 보여줄 진짜 영웅의 세상을 고대한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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