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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악과 덕의 역사가

등록 2012-10-10 19:24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보통 한 국가의 권세나 영광이 절정에 도달했을 때 내적으로는 쇠퇴의 과정이 진행되어 존립을 위협하는 지속적인 문제점들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역사가 타키투스가 살았던 로마 제국이 그랬다. 그는 “재난이 풍부하고, 전쟁은 참혹하며, 평화 시에도 공포로 가득 차” 있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나약성이나 타락상을 폭로했다.

그의 저작 <게르마니아>는 게르만인들에 대한 글이다. 고고학적 자료는 타키투스의 기록이 정확했음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이 책은 객관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왜냐하면 당시 사치에 탐닉하는 로마 사람들의 허식과 부도덕에 빗대 단순하고 강건한 게르만인의 삶을 찬양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공화정 초기의 엄격함에서 멀어진 당대 로마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두 중요 저작 <역사>와 <연보>의 밑바탕에도 깔려 있다. 로마의 ‘은의 시대’ 정도로 불리는 로마 제국의 황제들로부터 네로 황제 초기까지를 다룬 이 저작들에서 그는 로마인들의 생활을 충실하게 보여준다. 타키투스의 글은 통찰력 있는 심리 묘사, 현란한 수사, 심금을 울리는 도덕적 결론 등이 특징이다. 타키투스의 뛰어난 글솜씨는 대다수가 인정한다.

그에게 역사가 갖는 최고의 기능은 “고귀한 행동이 기록되지 않고 넘어가지 않도록, 사악한 말과 행동이 후대의 지탄을 받도록” 하는 것이었다. 기록할 대상의 선택 기준은 “탁월성이 현저하거나 비행으로 악명 높은 것”이었다. 따라서 그는 도덕적 교훈을 강조하는 역사가로서 글은 뛰어나도 정확하지는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렇지만 20세기 최고의 고전학자로 꼽히는 로널드 사임은 방대한 저서에서 꼼꼼한 고증을 통해 그의 서술이 갖는 사실적 엄밀성을 증명했다. 그가 말하는 도덕에 더 큰 무게가 실리게 된 것이다.

불행히도 그가 살았던 시대에는 비행으로 악명 높은 일들이 훨씬 많았다. 우리가 살아갈 시대엔 탁월성이 현저한 사람들이 지배하게 되기를 앙망한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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