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에릭 홉스봄은 19세기가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시작하여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함께 끝났다고 주장하며 “긴 19세기”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그 19세기를 다룬 3부작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는 그의 대표작이다. 프랑스 혁명과 산업혁명이 오늘날의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추진력이었음을 논증한 것이다. 방대한 규모의 저서지만 학술용어가 없어 비전문가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대학생 시절 공산당에 가입하여 끝내 당적을 유지했던 그는 정치적 이유로 피해를 봤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서 교수직을 거절당한 그는 버크벡에서 가르칠 수 있었지만 10년 동안 승진이 되지 않았다. 1956년 소련이 헝가리에 침공하자 환멸을 느낀 많은 사람들이 영국 공산당을 떠났을 때에도 그는 머물렀다. 하나 방관자는 아니었다. 그는 헝가리 사태를 “관료주의와 사이비 공산주의 정치 체제에 대한 노동자와 지식인들의 봉기”로 보면서 소련 정부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평등을 추구하는 이념이 갖는 이상에는 동의하지만, 실제 정부의 범죄와 권력 남용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의사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에 따르면 역사가의 과업이란 “단순히 과거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현재와 관련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역사가들은 다양한 관점을 갖고 있고, 그에 따라 어떤 정치적 명분에 개입하게 된다. 그것은 연구에 창의력을 불어넣어 역사학이 내향적으로 화석화되는 것을 막는다.
유학생 시절, 학교에서 ‘도시’를 주제로 국제 학술대회가 열렸다. 홉스봄이 대회장 자격으로 초청되었다. 개회사가 있고, 다음날부터 분과 발표가 있었다. 홉스봄은 점퍼와 운동화 차림으로 참여하여 발표자들과 활발한 토론을 이끌었다. 같은 강의실에서 토론을 벌이는 자리에 있었던 것만으로도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병상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자료와 씨름하신 분, 이젠 편히 쉬시길.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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