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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지석의 말과 소통] 소통 없는 대선?

등록 2012-09-19 19:32

김지석 콘텐츠평가실장
김지석 콘텐츠평가실장
“제가 제시하는 길이 빠르거나 쉽다고 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이 듣고 싶은 것을 얘기해달라고 저를 뽑지 않았습니다. 진실을 말해달라고 저를 선출했습니다. 그 진실이란, 수십 년에 걸쳐 누적된 도전과제들을 풀려면 몇 년 이상 걸린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지금보다 더 나빴던 유일한 위기(대공황) 동안에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추구했던 것들을 요구할 겁니다. 공동의 노력, 책임 공유, 대담하고 끈질긴 실험이 그것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얼마 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한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의 한 부분이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4년 더’를 요청하는 내용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소통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지도자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 그리고 올바른 비전과 실행력을 전제로 구성원들의 동참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혁명보다 힘들다는 개혁은 그래야 이뤄진다. 지금 우리 대선 후보들에게는 이런 모습이 미흡하다.

우리 사회 고유의 모순에다 세계 경제 위기가 겹치면서 앞으로 몇 해 동안 ‘혹독한 겨울’이 이어질 것이다. 진실과 책임에 근거한 합의와 참여가 없다면 위기는 더 깊어지고 길어질 수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마찬가지다. ‘내가 다 해결해주겠다’가 아니라 ‘힘껏 갈 테니 함께 끝까지 노력하자’가 해답이다. 소통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책임 있는 대통령 후보라면 적어도 네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국민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쉽고 명쾌한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대안들은 소통 과정 속에서 생명력을 얻고 완성된 모습을 갖춘다. 둘째는 유권자들과의 공감을 강화하는 것이다. 인상과 전술적 호불호가 아니라 정서적 공감과 신뢰가 바탕이 돼야 열정이 생기고 연대가 강해진다. 셋째는 평상시 공적 담론에서 배제됐던 사람들과의 대화를 확대하는 것이다. 사회적 관심에서 소외된 사람은 여전히 많다. 대선은 이들도 모두 주체로 등장시키는 무대가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과 다른 후보의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차이가 분명하지 않으면 누가 되든 국민통합을 제대로 이뤄내기 어렵다.

지금 후보들은 모든 측면에서 크게 모자란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유신체제 등 과거사에 대한 억지 평가에서 보듯이 ‘내 말만 옳다’는 모습을 보인다. 고정표를 굳히려는 의도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미 대통령이 된 듯한 태도로는 소통이 확대될 수 없다. 며칠 전 확정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정책이 뭔지, 다른 후보와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아직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유권자와의 거리는 여전히 멀다. 어제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다”고 했으나 국민과의 소통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역대 대선 가운데 지금처럼 소통이 취약한 경우는 전례를 찾기가 어렵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 또한 소통 부족을 반영한다. 소통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마음이 기존 정치권 바깥의 사람에 대한 선호로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것은 ‘소통피로증’이다. 소통의 유효성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소통이라는 말 자체가 싫어지는 현상이다. 이미 그런 조짐이 조금씩 나타난다. 그 빈자리는 네거티브 전술로 채워지기 쉽다. 소통 없는 선거는 무엇보다 국민에게 비극이다. 후보들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투표일이 석달밖에 남지 않았다.

김지석 콘텐츠평가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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