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하드리아누스는 로마 제국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오현제 중 세 번째 황제였다. 시를 쓸 수 있을 정도로 그리스어와 라틴어에 능통했던 그는 폭넓게 책을 읽은 인문주의자로서, 특히 그리스 학문을 후원했다. 예술적 취향도 탁월했던 그는 불에 타 소실되었던 판테온을 재건했다. 그는 노예제를 폐지시키지는 못했어도 노예의 생활 조건을 개선시켰고, 엄격한 법 규정을 완화했으며, 고문을 금지시켰다. 그런 이유로 많은 역사가들이 그를 다재다능하고 현명하고 공정한 황제였다고 기록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했던 황제로 그를 기억하는 경우가 더 많다. 황제로 통치했던 23년 중 절반이 넘는 12년을 그는 여행지에서 보냈다. 제국 내 많은 민족의 생활상과 종교와 사상에 대한 호기심이 커서 여행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그에게는 실용적인 목적이 있었다. 트라이아누스 황제는 로마의 영토를 최대로 넓혔다. 후임 황제였던 그는 방대한 제국에서 관료들의 통치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국경의 수비 상태가 좋은지,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었다.
그런 목적이 있었기에 그는 군인, 관리, 건축가는 물론 예술 고문까지 대동하고 여행을 다녔다. 그 자취는 로마 제국의 변방이었던 영국 북부에도 남아 있다. 영국에서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접한 그는 그곳으로 가서 ‘하드리아누스의 성벽’을 쌓았다. “로마인을 야만인들과 분리시키기 위해” 쌓은 이 성벽은 외부의 침입을 막고, 국경을 넘어선 통상과 주민의 이주를 통제하는 구실을 했다.
나무로 울타리를 친 유럽 대륙의 국경과 달리 나무가 귀한 곳이라 돌로 쌓은 이 성벽은 1987년부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오랜 시간을 통해 일관적인 황제의 삶의 궤적과 일치하기에 소중한 유적일 게다. 뼛속까지 친일·친미를 유지해왔다는 어느 대통령의 느닷없는 독도 방문과는 대비되기에 더욱 돋보이는 여행의 흔적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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