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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가능성들

등록 2012-08-22 19:28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가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를 통해 중세 가톨릭교회의 지지를 받으며 오랜 세월을 지배해왔던 천동설의 체계를 무너뜨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은 자신의 견해를 펼치기 위해 내세웠던 방어 논리의 정당성이다. 교회 당국의 서슬이 시퍼렇던 당시 그들이 표방한 정통에 맞서기 위해서는 용기와 함께 지략이 필요했음이 확실하다.

먼저 그는 천체의 운행 법칙에 대해 절대적 진리를 알 수 없다고 전제한다. 인간은 그에 대해 오로지 정확한 관찰에 바탕을 둔 가설을 만들 뿐이다. 모든 것이 인간이 머리에서 꾸민 가설에 불과하다면 과학자가 해야 할 일은 계산과 예측을 정확하게 만들어주는 가설을 채택하는 일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하나의 현상에 대해 여러 가지 다른 설명이 있기 때문에라도 천문학자가 해야 하는 일은 그중 쉽게 납득이 가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과학의 영역에 다른 고려가 침투하는 것을 경계한다. “다른 목적을 위하여 고안된 관념”을 진리라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진리가 아닌 것을 진리로 받아들인다면 천문학을 배우기 전보다 더 큰 바보가 되기 때문이다.

천안함의 침몰 원인에 대해 여러 설명이 있었다. 그런데 특정 방향을 가리키는 설명이 아니면 종북 좌파의 논리라고 밀어붙이는 행태가 벌어진다. 16세기에 코페르니쿠스가 두려워했던 학문에 대한 종교의 탄압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야만이다. 문명국을 자처한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발표의 기회조차 제한당한다. 천안함과 관련된 사실을 밝혀줄 단서가 될 강연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외국에서 강연자를 초청했던 화공학회에서는 발표 내용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취소시켰다. 어쩌면 학회가 받을 불이익의 가능성이 더 큰 이유일 게다. 정치적 이용의 가능성을 먼저 본 학회의 결정이 더욱 정치적으로 보인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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