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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교양인의 덕목

등록 2012-07-25 19:31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이탈리아 중북부에 우르비노라는 아담한 도시가 있다. 역사에서 크게 부각된 적이 없었던 이 도시가 사실은 르네상스 시대에 고도로 발전한 궁정 문화를 보여준다. 15세기에 이 도시의 지배자인 몬테펠트로 공작은 바티칸에 버금가는 도서관을 지었고, 오늘날까지 건축의 걸작으로 꼽히는 궁정에서 인문학자들과 교류를 즐겼다.

이 도시가 배출한 가장 유명한 인물은 화가 라파엘로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르비노의 문화적 위상을 드높인 자로 발다사레 카스틸리오네가 있다. 외교관으로 탁월한 능력을 보였던 그를 오늘날 우리는 <궁정인의 책>이라는 저서로 기억한다. 궁정에서 생활하는 귀족들의 행동 지침을 다룬 이 책은 우르비노의 문화적 품격을 엿보게 해주는 한편, 교양인으로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삶의 상을 알프스 이북의 유럽으로 확산시켜 중세 이래 전사였던 귀족들을 신사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

궁정인은 고전의 덕목을 알아야 하기에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알아야 한다. 시인과 웅변가와 역사가의 훈련도 쌓아야 한다. 레슬링과 수영과 테니스 같은 운동에도 능해야 한다. 한마디로 ‘만능의 천재’라는 르네상스 시대의 이상적 인간형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용감하고 유머 감각이 있으며 예의범절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궁정인은 좋은 가문 출신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명문가의 자제가 반드시 좋은 궁정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궁정인은 유덕한 일을 하지 못해 선조들의 명망을 잇지 못하면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 비천한 출신과 달리 그들은 온 힘을 다해 밝힐 덕에 대한 추진력과, 부끄러운 악행에 대한 후대 평판의 두려움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러니 그가 말하는 ‘출신’이란 핏줄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로 나뉘는 것일 게다.

이 땅의 현 지도층에게 궁정인의 품격을 바라는 건 지나친 기대일까? “5·16이 결론적으로 민주주의에 기여한 혁명”이었다니? 최소한의 역사인식을 갖춰 부끄러움을 배우기를.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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