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한 젊은이가 여행 도중 혹독한 폭풍우를 만나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그는 살아난다면 평생 수도자로 헌신하겠다고 여행자의 수호성인에게 간원했고, 생환한 뒤 약속대로 수도승이 되었다. 그러나 훗날 그는 종교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가톨릭교회에 반기를 드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만들었다. 그가 바로 마르틴 루터다.
루터가 교황청과 결별하게 된 계기가 교황의 허가 아래 면벌부를 판 일에 대한 비판에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하나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 깊이 들여다보면 결별의 원인은 교회에서 표방하는 인간 영혼의 구제 방식에 대한 불만에 있었다. 가톨릭교회에서 구원받을 인간은 참된 믿음을 가져야 할뿐더러 착한 일도 해야 했다. 거기에는 성사를 받들고, 성지를 순례하고, 금식 기도를 하는 일들이 포함되었다. 면벌부를 사는 것은 그 착한 일의 하나였을 뿐이다.
루터는 단지 믿음만으로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면벌부를 사서 현세와 내세의 벌을 용서받는다면 누가 고백할 것인가? 그렇게 지옥에 간 영혼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래서 루터는 면벌부 판매를 비판하는 95개조 반박문을 비텐베르크 성당 문에 내걸었던 것이다. 믿음만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면 성직자의 위계질서가 필요 없다. 모두가 <성서>를 읽고 스스로 사제가 되어 자신의 구원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루터의 95개조는 ‘사람들은 교회라는 제도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양심에 비추어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함의를 갖는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고 돕는 일이 면벌부를 사는 것보다 훨씬 착한 일임을 기독교인은 배워야 한다.”
개신교 창시자의 가르침은 세계 최대의 성전을 자랑하는 일과 거리가 멀다. 현대판 면벌부인 양 헌금을 독려하는 행태와도 상반된다. 시를 봉헌하겠다는 전직 시장과 대법관 후보의 발상과도 어긋난다. 개신교 출범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있을 수 없는 짓거리가 난무한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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