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구 논설위원실장
4대강 사업에 대한 찬반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단 그동안의 찬반 논리는 양쪽 진영이 자기에게 유리한 자료와 분석, 전망을 근거로 한 일방적 주장이었다고 치자. 이제 누구 말이 옳았는지 판가름날 때가 됐다. 이달 말이면 낙동강 일부 구간을 제외한 4대강 본류 공사는 사실상 끝난다. 찬반 양쪽 주장이 4대강 현장에서 어떻게 실현됐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단계에 이른 셈이다.
4대강 사업을 철저히 검증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국민은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혈세가 투입된 대형 국책사업이 제대로 시행됐는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또 공사가 끝난 4대강을 이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기 위해서도 검증은 필요하다. 한쪽에서는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16개 보와 제방, 수변 위락시설 등을 유지·관리하는 데 연간 수천억원이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실제로 그렇다면 콘크리트하천이 된 4대강을 이대로 놔둬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4대강 사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찬반 양쪽의 공방만 이어지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이미 드러난 현실에 대해서도 서로 자신한테 유리한 자료만 들이대고, 수치를 부풀리거나 왜곡하면서 실상을 호도하는 건 문제를 더 꼬이게 한다.
최근 도마에 오른 4대강 사업의 가뭄 대비 효과 논란이 대표적이다. 4대강 사업이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이상가뭄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정부 주장이 맞다면, 전국이 100년 만의 가뭄으로 신음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4대강 사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4대강의 16개 보에는 물이 넘실대지만 타들어가는 전국 곳곳의 논밭은 어쩌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이미 예고된 현실이다. 녹색연합은 최근 낸 성명서에서, 4대강 본류로부터 양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농경지(논밭 포함)는 전국 전체 농경지의 겨우 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부와 일부 언론은 전혀 딴소리를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이 전국의 모든 가뭄을 해결할 수는 없어도 전 국토의 40~50% 지역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른 얘기다. 이 문제는 주장의 영역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의 문제다. 양쪽이 모여 4대강 사업으로 실제 혜택을 볼 수 있는 농경지 면적을 하나하나 따져본다면 어느 정도 객관적인 수치에 접근할 수 있는 사안이다.
수질 개선 효과도 마찬가지다. 한 환경단체는 얼마 전 녹조가 쌓이는 등 낙동강물이 오염되고 있다며 이를 촬영한 항공사진을 공개했다. 그러자 정부는 항공촬영은 촬영 각도나 기상 상태 등에 따라 제한적으로 찍힐 수 있다며 며칠 후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을 제시했다. 그 사진 속의 강물을 푸르고 맑았다. 과연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인가 싶게 너무 달랐다. 이를 보는 국민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가장 주목되는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는 곧 닥칠 장마철까지 일단 기다려 보기로 하자.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또 양쪽이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고 논란만 벌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소모적인 공방만 계속해서는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는 4대강 사업으로부터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다.
정부는 더 이상 일방적으로 4대강 사업의 성과를 홍보만 할 게 아니라 환경단체 등 반대쪽 인사들이 참여하는 민관합동검증위원회라도 구성해 객관적인 검증에 나서길 바란다. 이제 완공된 4대강의 실체가 눈앞에 있으니 성과에 자신이 있다면 못할 것도 없는 일이다. 안 하겠다면 국회 차원의 청문회라도 열어 4대강 사업의 성과와 문제점을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파괴범’이라는 역사의 낙인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뿐 아니라 우리는 파괴된 4대강을 유지·관리하는 데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연간 수천억원씩의 혈세를 수십년간 쏟아부어야 할지도 모른다. 상상만 해도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정석구 논설위원실장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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