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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올림픽 1936

등록 2012-06-20 19:29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은 정치에 의해 스포츠가 대규모로 오염된 시발점이었다. 이전 올림픽보다 돋보이려고 나치는 10만명을 수용하는 본 경기장은 물론 많은 체육관과 보조 경기장을 건설하는 호기를 부렸다. 아리안족의 우수성을 과시하기 위함이었다. 유대인의 독일 대표 출전을 봉쇄했고, 베를린을 ‘청소’하기 위해 집시들을 체포하여 특별수용소에 격리시켰다. 그에 더해 독일 올림픽 위원회는 <올림피아>라는 홍보용 기록 영화를 만들었다. 히틀러가 총애하던 레니 리펜슈탈에게 거액을 주고 위촉한 영상이었다.

이런 배경을 딛고 미국 흑인 육상 선수 제시 오언스가 네 개의 금메달을 따며 영웅이 됐다. 그가 딴 멀리뛰기 금메달에는 비화가 담겨 있다. 예선에서 두 번 실격당한 그는 마지막 3차 시기를 남겨놓고 있었다. 예선 통과 기록인 7.15m는 평소 실력으로 쉽게 뛰어넘을 거리였지만 낙담하고 긴장한 오언스가 또다시 실격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에게 한 독일 선수가 다가가 뭔가 메시지를 전했다. 잠시 뒤 오언스는 예선을 통과했다.

그 독일 선수는 법학도 출신 루츠 롱이었다. 오언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롱은 기준 기록만 통과하면 되니 출발점보다 10㎝쯤 뒤에서 도약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대범하게 조언했고, 오언스가 담백하게 귀담아들었던 것이다. 결선 결과는 금메달 오언스, 은메달 롱이었다. 롱이 가장 먼저 오언스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그 둘은 순위와 상관없이 함께 결과를 만끽했다. 오언스는 “히틀러 앞에서 내게 친근하게 대한 그에겐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2차 대전에서 전사한 롱의 스포츠맨십을 기려 쿠베르탱 메달이 추서되었다.

이제 올림픽은 상업주의에 물들었다. 금메달이 명성과 부를 담보하는 세상에선 승리를 위해 비열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일들이 빈번하다. 이런 미담마저 올림픽 정신의 ‘숭고’함을 홍보하는 데 이용할까 봐 두렵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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