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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동걸 칼럼] 대한민국은 ‘재벌사회주의’ 국가다

등록 2012-06-03 19:15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경쟁국보다 법인세율 낮은데
조세감면에 전기요금 지원까지
‘재벌 복지병’을 걱정할 상황
참여연대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재벌에 대한 조세지원이 실로 엄청나다. 2010년 제조업 외감기업(외부감사 대상 기업)에 대한 조세지원액은 총 8조4321억원에 이르렀는데, 그중에서 10대 재벌이 5조원(59.1%), 대기업이 7.1조원(84.3%)을 가져갔다. 반면, 중소기업 지원액은 다 합쳐야 겨우 전체의 15.7%에 불과한 1.3조원밖에 안 되었다. 삼성그룹이 2.9조원(33.9%), 그중에서 삼성전자가 1조8442억원(21.9%)을 가져갔으니, 대한민국 중소기업들이 가져간 것을 전부 다 합쳐도 삼성그룹 혼자서 가져간 것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삼성전자 단일 기업이 혼자서 가져간 것보다도 5000억원 이상 적었다. 조세지원의 재벌 독식구조를 잘 보여주고 있다. 2010년 단 한해의 수치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매년 이 정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

재벌과 재벌의 입 노릇을 하는 보수학자들은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외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다고 거짓말들을 해대며, 세금부담 때문에 생사를 건 국제경쟁에서 우리 대기업들이 치명적으로 불리하다고 주장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경쟁국에 비해 낮을 뿐 아니라, 각종 조세감면 등의 혜택이 많아 우리나라 재벌들이 실제 내는 실효법인세율은 더욱 낮다. 2010년 기준 10대 재벌기업의 평균 실효법인세율은 15.1%이고, 삼성그룹과 삼성전자의 경우는 각각 11.7%, 11.9%에 불과하였다. 중소기업의 실효세율이 22.0%이니 재벌 대기업들의 세금부담은 중소기업의 절반 수준이다. 대한민국의 대다수 서민·중산층 월급쟁이보다 세금을 적게 내고 있다. 재벌들이 국민들과 중소기업으로부터 세금지원을 받고 있다는 거다.

그뿐이 아니다. 30대 재벌그룹이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전기요금을 할인받은 금액은 약 3조8000억원에 달했는데, 그중에서 삼성이 7500억원, 현대자동차가 5200억원의 할인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주택용 전기는 산업용보다 50%나 비싸니, 일반 서민·중산층 가정에서 매달 전기료 6만원을 낸다고 하면 그중 2만원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대신 내준 거고, 그중에서 대략 절반 정도인 만원은 30대 재벌의 전기요금을 대신 내주었다는 거다. 어림잡아 계산해보면 중산층 가정이 매년 2만4000원 정도를 삼성그룹에, 그리고 1만7000원 정도를 현대자동차에 보태주고 있다는 말이다.

이외에도 재벌기업들이 국민들로부터 받고 있는 혜택은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몇가지만 예를 들면, 재벌 대기업들한테 필요한 연구개발(R&D)을 정부가 차세대, 미래 먹거리, 녹색 성장 운운해대며 국민세금으로 대신 부담한다든지, 이명박 정부가 인위적 고환율 정책을 써서 국민들로 하여금 수출 대기업들한테 엄청난 규모의 수출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한다든지, 재벌 대기업에 유리하게 재정지출을 집행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이제껏 국민들의 도움을 받아 성장했다. 그러나 이제는 국가의 지원을 받아야 할 만큼 허약한 것도 아니고, 국가로부터 특혜를 받을 자격이 있을 만큼 일자리 창출, 국민소득 향상 등 국민경제적 기여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미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한 재벌들은 자신들에게 정부의 각종 특혜가 더욱 집중되도록 국가와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재벌들이 “이익은 사유화하고, 비용은 사회화하는” 구조가 고착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재벌사회주의’ 국가다. 재벌들의 천국이 되었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여전히 각종 지원성 특혜를 독식하고 그것에 의존하려 한다. ‘재벌 복지병’에 걸려 있다. 보수학자·언론이 자유시장경제 운운할 때 그들이 실제 옹호하는 것은 재벌사회주의 경제체제이고, 그들이 서민들의 복지병을 걱정할 때 실제 걱정해야 하는 것은 재벌 복지병이다.

재벌사회주의를 혁파하고 재벌 복지병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 재벌사회주의 체제를 혁파하는 작업이 재벌개혁이고, 재벌 복지병을 극복하는 작업이 경제민주화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이 시점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다.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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