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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왕정만도 못한…

등록 2012-05-23 19:28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절대왕정을 유지시키는 대표적 이론은 왕권신수설이다. 영국 국왕 제임스 1세는 <자유로운 군주제의 참된 법칙>이라는 책에서 그 이론의 틀을 다졌다. 간략히 말해 그것은 군주의 권한이 신에게서 왔으니 군주는 신에게만 책임을 질 뿐 세속계의 법 위에 군림한다는 내용이다. 프랑스의 주교 보쉬에는 <성서 말씀에서 도출한 정치학>이란 저작을 남겨 왕권에 성서의 권위를 더했다. 왕권의 네 가지 특징은 신으로부터 왔고, 가장이 갖는 권위와 비슷하고, 절대적이며, (신으로부터 왔기에)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성서에서 그 특성을 증명할 구절들을 인용했다.

영국 정치철학자 토머스 홉스도 절대왕정을 옹호했지만 근거가 달랐다. 그는 기하학적 방법에 바탕을 둔 사고실험을 했다. 기하학이 모두가 약속한 공리에서 출발하여 점차 다음 단계로 나아가듯, 홉스는 자연 상태 속의 인간 본성을 상정하고 거기로부터 논리적 결말을 차례로 이끌어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마음대로 행동하며 다른 사람을 지배하려 한다. 서로가 서로를 지배하려 하기에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이 이어지고, 그 결과 강한 자들이 약한 자들을 억압하게 된다. 이런 자연 상태에서 인간의 삶은 외롭고 곤궁하고 야비하고 야만적이고 단명하다. 그 비참한 전쟁 상태를 피하기 위해 인간은 자신의 권리를 강자에게 양도하는 대신 보호를 받는다. 그 최초의 사회계약의 결과 군주제 국가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계몽주의자들은 절대왕정에 반대했다. 반면 어떤 학자는 절대왕정을 옹호한 홉스를 계몽사상가에 포함시킨다. 옹호의 근거가 창의적인 사고실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에 견주어 홉스를 판단한다면 그는 계몽주의자임이 확실하다. 그에게 국가가 존립해야 하는 이유는 약자를 보호하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강자들을 위하고 약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보는 정책을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 사회는 아직도 야만적 자연 상태에 있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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