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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혜정 칼럼] 페이스북에서 놀 자유, 빅브러더를 부르는 손짓

등록 2012-05-22 19:24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내가 누군지’ 알기 힘든 시대에
시시콜콜 공개된 내 이야기는
‘일상의 통제’로 돌아올 것이다
한때 모든 종류의 자유를 추구하던 때가 있었다. 그것이 시장이 만들어낸 것일지라도 시민들을 봉건의 억압에서 자유롭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봉건의 억압이 사라진 지금도 여전히 모든 자유는 옹호되어야 할까? 종국에 그 자유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자들에 의해 이용되는 것이라 할지라도? 페이스북의 기업 공개를 둘러싼 뉴스를 들으며 든 질문이다.

2004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한 페이스북은 전세계 70여개 언어로 9억 인류가 사용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북미가 1억7900만명으로 전체 인터넷 사용자 대비 66%, 유럽은 2억2900만명으로 46%, 그리고 아시아는 2억1200만명으로 42%에 이른다. 한 대학생이 대학 캠퍼스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시작한 페이스북은 4년 만에 야후의 인수설이 떠도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사로부터 2억4000만달러의 펀드를 받으며 부상했다.

2009년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본사를 이전하여 유럽 창업자 펀드 등을 받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였고, 2010년에 “좋아요”(like)를 찍는 아이디어를 도입한 뒤 그해 마이스페이스를 제치고 미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으로 등극했다. 2011년 페이지뷰 1조회를 기록하면서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로 다시 돌아왔고, 골드만삭스로부터 15억달러의 펀딩을 받는 등 투자은행들의 축복 아래 지난 5월18일 나스닥 상장을 해 전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중이다.

“페이스북은 애초에 회사가 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세상을 더 개방하고 연결한다는 사회적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설립됐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한 말이다. 그런 사회적 기업이 이제 110조원의 화폐가치를 가진 대기업이 되었다. 사람들이 그냥 자기 이야기를 쓰는 공간일 뿐인데, 무엇 때문에 돈이 그렇게 몰리는 것일까?

이 서비스의 주요 자산은 전지구 주민들의 일상에 대한 데이터이다. 최근 빅 데이터 논의에서 보듯 고도정보기술은 그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교통카드, 신용카드, 포인트카드, 트위터의 리트위트(RT)와 페이스북에서의 ‘좋아요’, 검색과 이메일 등의 기록이 더는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생산적인 데이터가 된 것이다.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국가안보에서부터 질병 복지체계까지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가 하면, 시장에서는 빅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예로 어느 여성이 무향의 화장품을 사기 시작한다면 임신 중기의 입덧 때문일 거라는, 신생아용품을 사기 시작한다면 임신 말기일 거라는 추측을 통해 곧 그녀에게 관련 쿠폰이나 메일이 전송될 날이 멀지 않았다.

페이스북에 올린 개인들의 일상 데이터는 마케팅을 위한 엄청난 가치를 갖고 있는데 이 엄청난 자료를 캘리포니아에 있는 한 회사가 갖고 있다. 그것을 올린 개인의 소유권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이 자료를 미국 정부나 한국 정부가 사용한다면? 또는 미국 정부는 사용 가능하지만 한국 정부는 그렇지 못하다면? 이런 정치적 질문 못지않게 주시해야 할 것은 시장에 의한 일상의 통제다. 내가 오늘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를 정해주는 시장,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는 빅브러더의 탄생이다. “내가 누군지” 알기 힘든 시대에, 언제든 ‘리셋’(reset)이 가능한 사이버 세상에서 이미 너무 바쁘고 피곤한 나에게 다양한 경로로 내가 누군지를 알려주는 친절한 빅브러더. 사회적 연결망과 집단지성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들이 정보 사회의 빅브러더화를 서두르는 거대 기업으로 변신하는 와중에 한국의 아이티(IT) 업계 ‘최고의 인재’들은 해외의 아이티 업계로 스카우트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유럽연합(EU)의 “잊혀질 권리”의 법제화 움직임과 중국 정부의 페이스북 데이터 소유권 논의는 주목할 일이다. 또한 페이스북을 하든 않든, 돈이 지배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상상, 순진한 자유와 보편적 인권의 개념을 넘어서서 상생과 공존, 단골과 골목 경제, 호혜와 사회경제 공부를 시작해야 할 이유가 바로 이런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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