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안철수 교수에게 연합 공동정부 구성을 제안했다. 안 교수가 아직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필자는 안 교수가 문 고문의 제안에 동의하리라고 확신한다. 좀더 솔직히 말하면 안 교수와 문 고문은 힘을 합쳐야 한다.
필자는 정치 전문가가 아니므로 정치공학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유리한지, 또는 정치적 상황이 어떻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단지 경제학자로서 우리 경제는 지금 기로에 서 있고, 퇴폐·보수화한 우리 경제를 하루빨리 다시 정상 궤도로 복귀시키는 일이 지금 이 시점에서 야권 대선 후보들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임이고 국민경제적 요구라는 것을 말할 뿐이다. 싫든 좋든, 의도했든 않았든 두 사람은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가 되었고, 이제까지 알려진 두 사람의 행적이나 인품으로 볼 때 두 사람 모두 개인적 야심에 눈이 멀어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저버리거나 국민적 요구를 외면할 사람들이 절대 아니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우리 경제는 막다른 길에 와 있다. 지난 4년 반 이명박 정부와 보수 새누리당 정권이 1%를 위해서 한 편파적인 정책집행의 결과를 보라. 우리 경제는 활력을 잃었고, 이대로 5년이 더 가면 우리 경제는 멕시코나 필리핀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
무분별한 친부자·감세 정책으로 소득의 편중은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6.6%를 차지할 정도로 심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9.7%다. 우리나라보다 심한 나라는 17.7%인 미국뿐이다.(조세연구원) 부의 불평등은 더욱 극심하다. 2006년에 상위 20%의 총자산은 하위 20%의 33배였는데 2011년에는 이것이 무려 57배로 늘어 불평등 정도가 5년 만에 70%나 증가했다. 특히, 2011년 상위 1%가 소유한 총자산은 하위 20%의 9배나 된다.(참여연대) 즉, 상위 1%에 속하는 사람은 하위 20%에 속하는 사람보다 180배나 자산을 많이 소유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명박 정부의 무분별한 친재벌 정책으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더욱 심해졌다. 4대 재벌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매출액 비중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꾸준히 감소하여 1997년 33.2%에서 2007년 29.1%로 낮아졌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급상승하여 2010년에는 34.3%로 외환위기 이전보다 더 커졌다.
경제력 집중이 심해지면서 재벌의 시장 지배력과 정치적 영향력은 더욱 강고해졌다. 불공정 하도급으로 중소기업들을 고사시키고, 거대한 자본력으로 골목상권까지 위협하면서 서민, 자영업자들을 죽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재벌과 결탁한 보수정권이 조세감면 혜택을 재벌계열 대기업에 몰아주고 있다. 예를 들면, 2010년 제조업 조세지원은 총 8조4000억원에 달했는데, 그중 대기업 지원액이 84.3%였고, 특히 삼성그룹 지원액만 33.9%로 2조9000억원에 이르렀다.(참여연대) 그러나 고용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2000~2009년 기간 중 우리나라 취업자 수는 총 263만명이 증가했는데, 중소기업 취업자는 307만명 증가한 반면, 대기업 취업자는 오히려 44만명 감소했다.
하루빨리 경제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친재벌 정책에서 친중소기업 정책으로, 친부자 정책에서 서민·중산층 친화적인 민생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우리 경제의 방향을 바로잡아 고용 친화적인 성장구조로 바꾸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젊은이들이 활기차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급변하는 국제경제 상황에서 낙오하고 말지도 모른다.
1%를 위한 친부자 정책이 아니라 99%를 위한 경제민주화 정책을 펼치기 위해 문 고문과 안 교수가 힘을 합쳐야 한다. “우리 사회의 방향이나 가치, 시대정신”에 있어 두 사람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99%의 민생 개혁세력들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모두 결집해야 한다. 1%의 대자본과 재벌, 부자들의 막강한 영향력과 저항, 그리고 지역적·금권적·이권적 연고로 단단히 뭉친 보수 새누리당의 벽을 넘으려면 혼자 힘으로는 절대 안 된다. 민생 개혁세력이 분산되면 좋아할 사람들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라.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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