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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어머니의 힘

등록 2012-05-09 19:24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410년 서고트족이 로마에 침입했다. 제국의 수도가 약탈당하자 많은 로마인이 공황에 빠졌다. 어떤 이들은 로마가 전부터 믿던 신을 버리고 기독교를 용인해서 받은 천벌이라고 주장했다. 기독교도마저 낙담했다. 로마 제국이 교회의 소명을 펼치는 데 필요하다고 여겼는데, 이제 교회마저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던 것이다. 이제 기독교는 신의 뜻이 역사 속에 쉽게 드러난다는 낙관적 해석과는 다른 설명이 필요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신국>에서 그 일을 했다. 그는 인간의 나라와 신의 나라를 분리했다. 이기적이고 악한 인간의 나라는 타락한다. 이타적이고 선한 신의 나라는 영원하다. 아무리 영화로운 로마라 해도 인간의 나라이니 멸망하는 것이 당연하다. 인간의 역사는 영적인 면에서 계속 진전한다. 따라서 인간이 섬길 것은 신의 나라라는 논지였다.

이렇게 기독교 교리의 한 축을 완성한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어머니 모니카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올바른 길로 가도록 온몸을 바쳤다. 건달 두목 노릇에서조차 타고난 지도자의 능력을 발견하려 한 어머니였다. 이단에 빠진 아들을 교화시키려 했으나, 어머니가 신앙을 버리지 않으면 함께할 수 없다고 말하는 아들은 눈물의 원천이었다. “어머님의 많은 눈물 때문에 아들은 패망하지 않으리라”는 지역 주교의 말이 결국 실현되었다.

맹모는 아들을 위해 이사했지만, 모니카는 아들을 개종시키려고 따라다녔다. 세속적 성공의 기회를 찾으려는 로마 여행을 어머니는 만류했으나 아들은 강행했다. 출항 시간을 속여 따돌리고 떠난 아들을 찾아 로마로 나섰다가, 이미 밀라노로 간 아들을 또 쫓아갔다. 마침내 밀라노에서 어머니를 만난 아들은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이후 모자는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나 고향 아프리카로 가는 배를 기다리다 모니카는 병에 걸려 사망했다. 모든 희망이 충족되어 행복한 죽음이었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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