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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그들의 죽음에 관심을

등록 2012-05-02 19:28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최소한의 생존권을 위해 정리해고에 반대하던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숫자가 늘어난다. 그들을 위한 분향소마저 공권력에 의해 철거당할 위협을 받는다. 우리의 그런 현실을 부끄럽게 만드는 사례가 있다.

1830년대 산업혁명이 혜택뿐 아니라 폐해도 드러낼 당시 영국 도싯주 톨퍼들이란 마을의 일이다. 개혁법은 선거권을 확대시켰지만 아직 보통선거에는 이르지 못했고, 기계화 때문에 농업 노동자의 임금마저 점차 삭감되던 상황에 저항하던 농부 여섯이 친우회를 조직했다. 일주일 임금 수준이 7실링으로 낮춰졌고 곧 6실링으로 더욱 내려가려는데, 그들은 10실링 이하로는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역의 지주가 수상 멜번 경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사람들이 서로 간에 서약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거의 폐기된 1797년의 법안을 상기시키며 그들이 이 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여섯은 체포되어 유죄 판결을 받고, 7년 동안의 오스트레일리아 유배형을 받았다. 주도자 조지 러블리스 목사는 배 위에서 “우리는 자유라는 구호를 드높인다/ 우리는, 우리는, 우리는 자유로울 것”이라고 끝나는 시를 썼다.

이들은 영웅이 되었다. 석방 탄원 서명이 80만명을 넘었다. 지지자들의 런던 시위행진은 목적을 이룬 최초의 시위 사례로 꼽힌다. 전과가 있던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귀환했다. 그 한 명도 이듬해에 석방되었다. 돌아와 천수를 누렸던 그들이 ‘순교자’라는 칭호를 받는다. 인구 300명 남짓의 톨퍼들은 노동운동의 명소가 되어 해마다 노동조합의 깃발들이 행진하는 축제가 열린다. 톨퍼들에는 그들의 업적을 기리는 박물관도 서 있다.

냉대보다 더 잔혹한 것은 무관심이다. 쌍용자동차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죽음에 옷깃을 여미는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관심을 촉구하는 언론 종사자들마저 파업을 해야 하고, 그것까지 외면하는 이곳의 주류(?) 언론은 야만의 얼굴을 하고 있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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