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미식축구는 미국식 땅따먹기 스포츠다. 공격권을 가진 팀이 4번 공격 시도로 10야드를 전진하면 계속 공격하고, 실패하면 공격권을 상대방에 넘겨준다. 점수 차가 벌어져 승패가 결정되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이기고 있는 팀이 공격권을 갖고 있으면 보통 공격을 주도하는 쿼터백은 공격을 하지 않고 제자리에 주저앉아 시간을 보내고, 경기는 그렇게 끝난다.
2003년 고등학교 리그의 일이다. 한 팀의 감독이 애제자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쿼터백 네이트 하시스는 소속된 리그의 패스 공격 신기록을 세우는 데 30야드쯤 부족했다. 그런데 공격권은 상대방이 가졌고 남은 시간은 30초에 불과했다. 공격권을 가져야 신기록의 기회가 생기는데, 상대팀 쿼터백이 주저앉으면 시합은 끝난다. 공격권을 갖는 방법 중 하나는 상대방이 득점하는 것이다. 감독은 타임아웃을 불렀다. 쉽게 점수를 허용할 테니 하시스의 신기록 작성을 도와달라고 상대팀 감독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승패와는 무관한 거래였다.
상대팀 감독이 받아들여 시합은 그렇게 진행되었다. 마지막 공격에서 상대팀은 수비를 하지 않았고, 하시스는 37야드 패스에 성공해 5006야드라는 신기록을 작성했다. 그것은 전국적으로 각광을 받을 기회였고, 하시스 스스로도 그것이 가져다줄 미래의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마지막 상황을 돌이켜보니 뭔가 미심쩍었다. 마침 지역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했고 양 팀 감독은 담합을 시인했다. 하시스는 지역의 고교 미식축구협회장에게 편지했다. “기록 보유자가 되고 싶긴 하지만, 협회에서는 마지막 패스를 기록에서 삭제해주기 바랍니다. 저는 동료들과 함께 4969야드를 성취했습니다. 그들과 함께 이룬 그 업적을 퇴색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기록은 삭제되었고 하시스는 영웅이 되었다.
표절을 들키고도 뻔뻔한 자에게는 스포츠가 출세의 방편에 불과했나 보다. 돌려차기에 맞은 것은 스포츠맨십이었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한겨레 인기기사>
■ 검찰 “나오면 나오는대로” MB 대선자금 수사 예고?
■ 승무원 배꼽보여’ 트윗에 조현민상무 ‘명의회손’
■ 초등동창 정몽준·박근혜, 옛날엔 테니스도 쳤는데…
■ “박근혜, 경선룰 고치려다 2002년 탈당했으면서…”
■ 강남 여의사 집에 현금 24억 쌓아놓고 탈세
■ 검찰 “나오면 나오는대로” MB 대선자금 수사 예고?
■ 승무원 배꼽보여’ 트윗에 조현민상무 ‘명의회손’
■ 초등동창 정몽준·박근혜, 옛날엔 테니스도 쳤는데…
■ “박근혜, 경선룰 고치려다 2002년 탈당했으면서…”
■ 강남 여의사 집에 현금 24억 쌓아놓고 탈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