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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민중의 역사가

등록 2012-04-04 19:52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쥘 미슐레는 19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역사가다. 30년에 걸쳐 집필한 <프랑스사>는 사학사의 기념비이다. 그밖에도 비코의 <새로운 학문>을 불어로 번역하는 등, 정력적인 학문 활동을 펼쳤다. 공로를 인정받아 1838년부터 명성 높은 프랑스 대학에서 강좌를 맡았다. 국가가 지원하는 연구 기관이자 일종의 평생교육원인 프랑스 대학은 탁월한 학자들을 선정하여 입학 절차와 수강료를 요구하지 않고 대중에게 수강 기회를 제공한다.

미슐레는 고문서에 파묻혀 고고하게 연구에 몰두하는 학자가 아니었다. 그는 사회의 모순을 직시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지식인이었다. 당시 프랑스에선 교회의 권위를 새롭게 확립해야 한다는 제수이트 교단이 보수 세력의 첨병이었다. 미슐레는 프랑스 대학의 강좌를 이용해 그 교단의 비판에 나섰다. 그의 강의는 큰 호응을 얻었으나, 열정적 언설의 파급력을 두려워한 기존 권력의 개입으로 중단되었다. 마지막 강의를 들으려고 모인 1500명가량의 지지자들에게 그는 삶의 종말까지 마음을 쏟아내어 결코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 결과의 하나가 <민중>이라는 저서였다. 그것은 미슐레의 역사관을 확연하게 보여준다. 길지 않아도 미슐레가 평생 해왔고 하려 했던 일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 책이다. 그는 인간이 주체가 되는 역사를 쓰려 했다. 그에게 인간을 분류하는 기준은 헌신과 희생의 능력이었다. 그 품격을 많이 가진 자일수록 영웅에 가깝다. 미슐레는 부유한 계급에서는 그 품격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을 인간에 대한 오랜 연구 끝에 알았다고 말한다. “역병 콜레라가 돌 때 누가 고아들을 입양했는가? 가난한 자들이다.”

핍박받고 소외된 계층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역사 서술로 실천한 미슐레를 알려주고 싶은 자들이 이 땅에는 많다. 그러나 구멍가게 없는 환한 동네에 거주하며 강북 지역을 컴컴하다고 말하는 부류는 도저히 그의 경지에 범접할 수 없을 것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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