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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법의 정신

등록 2012-03-14 19:28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몽테스키외는 “단 세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기 위해 내 머리는 백발이 되었다”고 토로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법의 정신>을 썼다. 거의 20년에 걸친 집필에 체력이 고갈되어 실명에 이르게 한 필생의 역작에서 그는 법이 기후와 풍토에 따라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근대적 정치사회학이나 비교인류학에 선구가 되었다. 그렇지만 모든 곳에서 통용되는 보편타당의 원리를 찾으려는 계몽사상가들의 생각과는 어긋났기에 당대의 프랑스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다.

반면 그 책은 영국에서 호평받았고, 거기서 설명하는 권력분립 이론은 식민지 시절 미국에 큰 영향을 끼쳐 미국 헌법 속에 녹아들어 갔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세워져야 한다”는 몽테스키외의 철학이 제임스 매디슨 같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에게 깊은 감명을 줘, 그의 저서는 미국에서 성서 다음으로 많이 인용되는 책이 되었다.

몽테스키외에게 자유는 법이 허용하는 것을 행하는 권리이다. 자유를 보장하는 길은 권력의 균형과 분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는 권력을 행정권·입법권·사법권으로 나눴다. 동일한 인간이나 동일 집단이 그 권리들을 함께 행사할 때 자유가 상실된다. 몽테스키외는 사회 세력들 사이의 권력분립도 논했다. 국왕·중간층·평민으로 세력을 나눈 것이다. 그는 명예와 미덕을 갖춰야 하는 중간층인 귀족이 국왕의 권한을 제한하고, 평민이 귀족의 행위를 견제할 때 국가가 활력을 갖고 건전한 조화 속에 발전할 수 있다는 논지를 펼쳤다. 전통적 제1신분인 성직자를 이 구도에서 완전히 배제시켰다는 것도 이 책의 한 가지 혁신이다. 그 결과 <법의 정신>은 가톨릭교회의 ‘금서목록’에 올랐다.

이곳에선 정치적 권력과 사법적 권력의 결탁을 도모했다고 하는 한 가정의 문제가 있다. 물론 명예나 미덕에 대한 어떤 개념도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이 문장엔 주어가 없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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