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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동걸 칼럼] 재벌개혁, 99%가 힘을 합쳐라

등록 2012-03-11 19:22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우리 사회의 핵심 이슈가 되었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모두 재벌개혁 하고 경제민주화 하겠다고 한다.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는 여야 양대 정당 공히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핵심 공약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이제 선거에서 누가 이기고 누가 지든 우리 서민들의 삶이 나아질 게 틀림없다. 승자는 약속대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테고, 패자는 패자대로 기쁜 마음으로 승자를 도울 것이다. 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국회가 시작되면 여당과 야당은, 지금 이대로의 여야든 아니면 뒤바뀐 여야든, 우리 헌정사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화기애애하고 협조적인 초당적 분위기에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강력히 추진할 것이다. 재벌들이야 안절부절 걱정이 많겠지만(?), 그동안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줄곧 주장해온 필자는 어서 빨리 선거날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여야가 똑같으니(?) 필자는 투표를 할 필요도 없겠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뒤 정치권에서 약속한 대로 진지하게 재벌개혁을 하리라고 또는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될까. 아마도 대다수 국민은 이번에도 재벌개혁이 말로만 끝날 것으로 생각하리라. 여야가 내건 개혁공천, 쇄신공천의 기치 뒤에서 이미 적지 않은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재벌 장학생으로 채워졌다는 믿고 싶지 않은 풍문이 돌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설사 정치권에서 재벌개혁법을 한두개 입법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집행할 직업관료들은 뒤에서 재벌의 눈치만 살필 것이고, 또 재벌의 위법, 탈법이 있다 할지라도 검사와 판사는 또다시 경제걱정 타령만 할 것이다. 정치권과 관료집단, 검찰과 법원, 언론과 학계에 재벌들이 광범위하게 깔아놓은 장학생들이 평소에 훈련받은 대로 자신들의 후원자들에게 충성을 다할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엄청난 경제적 권력을 축적한 소수의 재벌들. 죽지도 않고 변치도 않을 세습 경제권력에 대적할 수 있는 것은 국민밖에 없다. 최근 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재벌개혁을 하네, 경제민주화를 하네 하고 부산을 떨고 있는 것도 결국은 국민이 무섭기 때문인 것이다. 정치 시장에서 돈의 힘보다 더 무서운 것이 표의 힘이라는 것을 정치가들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기 때문이다. 뼛속까지 친재벌적 보수성향을 갖고 있는 여당 정치가들마저도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재벌의 횡포에 분노한 대다수 국민의 요구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겉으로는 국민의 분노에 공감하는 척하지 않을 수 없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는 깨어 있는 99%가 힘을 합쳐야만 이룰 수 있다. 군부독재자가 독점한 정치권력을 99% 민주시민의 힘으로 되찾아 정치민주화를 이루었듯이, 재벌이 독점한 경제권력을 되찾아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은 99% 서민·중산층의 힘밖에는 없다. 한두명의 개혁적인 정치가나 시민운동가들만으로는 그들이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하더라도 재벌과 관료, 언론 등 보수기득권 집단의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반대와 저항을 이겨낼 수 없다.

지난 4년간 이명박 정부가 시행해온 무분별한 친재벌정책으로 더욱 비대해지고 방종해진 재벌들의 횡포를 국민이 직접 몸으로 겪어보았고, 이제 많은 국민이 재벌 문제가 자신들의 생활과 직결된 매우 현실적인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재벌이 잘되어야 나라경제도 잘되고 서민들의 삶도 나아진다는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지도 깨닫게 되었다. 이제 재벌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그 어느 때보다 확실히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은 현란한 수사와 거짓 약속에 속지 말고 어느 당이 진정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추진할 것인지, 진정성을 갖고 친서민 정책을 추진할 후보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소중한 한표를 던져야 한다.

99%의 국민들은 삼성 동물원에 갇힌 재벌의 가축으로 살 것인지, 이 나라의 주인으로 살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이 나라의 주인으로 살려면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계속 관심을 갖고 정치권을 감시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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