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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북-미 협상 모드와 중·러의 역할 / 강태호

등록 2012-03-07 19:16수정 2013-05-16 16:36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3단계 북-미 대화, 식량지원 위한
북-미 접촉이 베이징에서 열린 건
장소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2·29 북-미 합의를 두고 뉴욕 사회과학원(SSRC)의 한반도 전문가인 리언 시걸은 그동안 미국이 북한에 뭔가 일방적인 요구를 하는 ‘대화 모드’였다면, 이제 서로 뭔가를 주고받는 ‘협상 모드’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를 낳은 베이징 3차 북-미 고위급 대화는 이미 지난해 12월22일 열기로 했던 것이다. 어찌 보면 이번 합의는 이미 합의한 것을 합의한 것이다.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발리 아세안지역포럼에서의 남북 비핵화회담으로부터 시작된 북-미 고위급 대화는 6자 내부의 암묵적 합의에 따라 진행됐다. 그건 뉴욕의 1차 대화는 탐색전이고, 10월 말 제네바 2차 대화는 본게임, 3차 대화에서 뭔가 합의를 내놓자는 것이었다. 전환점이 마련된 건 2차 대화였다. 북이 우라늄 농축 중단 문제를 협의할 용의를 보였기 때문이다. 북·미는 이때부터 뉴욕 채널을 가동하며 본격적인 후속 논의를 진전시켰다. 이어 한편에서는 12월8~15일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일·중 세나라를 방문해 북-미 협의 내용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12월15~16일 미국의 로버트 킹 인권특사와 북한의 리근 미국국장이 베이징에서 식량지원 모니터링 등 인도적 지원 문제를 매듭지었다. 3차 대화는 택일만 남았고 12월19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2일로 발표할 방침이었다. 바로 그때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북·미의 사전협의가 마무리된 직후인 12월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것이다. 모든 게 중단되고 모든 게 불확실해졌다. 언제 대화를 재개할 수 있을지는 가늠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1월28일 놀랍게도 올 상반기 안에 6자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한 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었다. 그는 일본 <엔에이치케이 텔레비전> 회견에서 느닷없이 “대외정책에서 어떤 변화도 없을 것이란 김정은의 발언은 중요한 신호다”라고 말했다. 어디서 그런 말을 했는지도 없었다. 그러나 북이 러시아에 그런 뜻을 전한 건 분명하다. 바로 뒤인 2월1일 서울에 온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북한을 향해 대화 재개의 길이 열려 있다고 밝혔고, 그건 당시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러시아를 방문해 양자협의를 한 직후였기 때문이다. 왜 러시아인가? 러시아는 6자회담 재개의 협상국면이 필요하다. 한반도 가스관 사업 때문이다. 발레리 수히닌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 시기 북한 새 지도부가 남·북·러 가스관 프로젝트를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중국은 어떤가? 무엇보다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협상은 중국이 일관되게 요구해온 것이었다. 김정일 위원장은 생애 마지막 1년 사이 3번에 걸쳐 중국을 방문해 이런 요구를 수용하면서 협력관계 강화와 대를 잇는 지원을 확약받았다. 중국은 든든한 버팀목을 자임했다. 우라늄 농축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를 반대했을 뿐만 아니라 핵의 평화적 이용 권리는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 미국 등의 탈북자 송환 반대에 대해선 단호한 태도로 북과의 특수관계를 고수했다. 특히 북-미 3차 대화 전엔 푸잉 외교부 부부장을 평양에 보내 대북 식량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3단계 북-미 대화, 식량지원을 위한 북-미 접촉이 베이징에서 열린 것은 장소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4월로 예상되는 당대표자회 등 내부적으로 중요한 권력승계 절차를 앞두고 북은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선택했다. 한-미 군사연습 등에 맞서 북이 도발적인 행동으로 나올 것이란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그건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으로부터의 식량지원을 포함해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든든한 원군을 확보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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