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한국 국민에게 고함

등록 2012-02-29 19:47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피히테는 독일 관념 철학의 계보에서 칸트의 이론을 발전시켜 헤겔에게 넘겨줬다고 인정받는다. 요즘에는 그런 교량적 역할을 넘어, 자의식이 본질적으로 사회적이라는 통찰이 갖는 독창성 때문에 그 자신이 정당한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 자신의 저서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밖에 없는데, 때때로 그 사람마저도 본의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고 자인하였듯, 그의 철학은 난해하다.

그 때문인지 사람들은 ‘독일 국민에게 고함’이라는 애국적인 연설로 그를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1807년 독일 연방의 한 축인 프로이센은 나폴레옹에 패배하여 굴욕적 강화조약을 맺었다. 프랑스의 속국처럼 바뀐 절망적 베를린 땅에서 1808년 피히테는 독일 국민의 각성을 요구하는 명연설을 남겼다. 그는 독일 패배의 근본적 원인이란 이기심이며, 그것은 새로운 국민 교육에 의해 타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민족의식이 깨어나야 독일 국민은 독립을 되찾고 세계사에서 하나의 민족으로 참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는 교육받은 문화적 엘리트가 담당해야 할 몫을 특히 강조했다.

사회과 학습지도서에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표기하겠다는 일본 총리에게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는 ‘두꺼운 피부’의 대통령이 있는 나라에서, 어느 초인이 나타나 “한국 국민에게 고함”이라는 사자후를 토하게 되기를 염원한다. 그러나 이 땅에는 독립군을 테러리스트라 부르고 친일파를 미화하는, 문화적 엘리트를 자처하는 이들이 있다. 독립 투쟁의 기록을 우리의 역사에서 말살하려는 행태를 버젓이 저지르는 국가가 어떤 역사를 자랑할 수 있을 것인가?

지원을 끊은 정부에 맞서 민간단체의 난관을 무릅쓰고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민족문제연구소’에 삼일절을 맞아 더 많은 관심이 있기를 기원한다. 그분들의 노력이야말로 우리가 경청해야 할 “한국 국민에게 고함”이기 때문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한겨레 인기기사>

김재철 사장 쉬는날에만 호텔결제 98번, 왜?
이건희 회장 형 이맹희, ‘삼성 킬러’와 손잡았다
자궁경부암 백신, 필요한 소녀 못맞고…불필요한 아줌마 맞고…
워싱턴포스트의 반성문 “유혹을 이기지 못해…”
삼성·하이닉스와의 ‘치킨게임‘에…일본 엘피다 침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대통령 거짓말에 놀라지 않는 나라가 됐다 [권태호 칼럼] 1.

대통령 거짓말에 놀라지 않는 나라가 됐다 [권태호 칼럼]

윤 대통령이 내일 답해야 할 것들, 사안별 쟁점 뭔가? [11월6일 뉴스뷰리핑] 2.

윤 대통령이 내일 답해야 할 것들, 사안별 쟁점 뭔가? [11월6일 뉴스뷰리핑]

[사설] “내가 먼저 특검 주장할 것”, 7일 기자회견이 그때다 3.

[사설] “내가 먼저 특검 주장할 것”, 7일 기자회견이 그때다

파병 북한군, 능소능대와 허허실실을 구현하다 4.

파병 북한군, 능소능대와 허허실실을 구현하다

자영업자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유레카] 5.

자영업자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유레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