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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원주민과 동화되기

등록 2012-02-22 19:58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클리퍼드 기어츠는 문화인류학자로서 의사소통의 과정에서 ‘상징’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말로 번역 출판된 <문화의 해석>에 따르면 사람들이 삶에 대한 지식이나 태도를 지속시키는 데에는 상징이 도구가 된다. 그 상징에 의해 표현된 관념이 세습되며 문화가 된다. 그러니 어떤 문화를 이해하려면 표면적인 언어의 근저에 있는 상징의 체계를 파악해야 한다.

기어츠는 인류학자들에게 필수적인 현장 작업을 인도네시아의 발리 섬에서 수행했고, 그 경험이 <문화의 해석>이라는 인류학의 고전으로 나타났다. 발리 섬의 닭싸움에 대한 그의 논문은 특히 많이 인용된다. 그는 닭싸움과 병행하여 이루어지는 돈 걸기에 주목하여 추장처럼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돈을 건다는 것을 알았다. 정상적일수록 내기에 큰돈을 걸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서구인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그 관행에 바탕이 된 상징적 논리는 판돈에는 위신까지 걸려 있기에 비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발리 섬에서 현장 작업을 하던 기어츠 부부에게 어려움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원주민들은 그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했다. 그런 그들이 원주민과 동화된 계기가 있었다. 식민지 정부에 의해 금지되었지만 공공연히 벌어지던 닭싸움을 볼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경찰이 급습했다. 원주민들은 이리저리 달음박질하며 도망쳤다. 그 부부는 “로마에 가면…”이라는 속담을 생각하면서 한 사람을 따라 달렸다. 집의 뒤뜰에 도착하자마자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던 것처럼 행세하던 그와 완전히 보조를 맞춘 것이었다. 사실 식민지 정부에서 미국인에게 어떤 제재를 가할 일은 결코 없겠지만, 그들은 원주민처럼 행동했고 이후 원주민들이 그에게 마음을 열어 현장 작업에 도움을 주었던 것이다.

선교를 한다는 명목으로 다른 문화권에 가서 그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신앙인들이라면 가슴에 새겨야 할 대목이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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