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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운명의 시계와 탁상공론 / 강태호

등록 2012-02-08 19:14수정 2013-05-16 16:33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4년째 회담도 못 여는 상황이다
돌이킬 수 없다며 포기한 건가,
북핵을 그대로 둬도 괜찮다는 건가?
‘지구 운명의 날’ 시각이 1분 앞당겨졌다. 미국 핵과학자회보(BAS)는 1월10일 인류의 현재 시각을 최후의 순간인 자정으로부터 5분을 남겨둔 11시55분으로 발표했다. 핵무기 감축 노력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기후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앨리슨 맥팔레인 핵과학자회보 회장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기 어렵다. 북한에 대한 우려(핵 개발과 확산)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큰 위기의 한 증상”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도 한몫을 한 것이다. 이 시계가 나온 1947년 당시의 시각은 11시53분이었다. 2006년 10월 북의 핵실험은 이 시각을 2분이나 앞당기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 국장은 1월31일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북의 탄도미사일 관련 부품 수출 문제와 핵 기술 확산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늘 하는 얘기일 수 있다. 그러나 청문회를 주관한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민주)은 “최근 정보기관으로부터 북한의 위협에 관한 정보보고를 받았다”며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심각한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다.

북한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우리가 아는 건 지난해 11월 북한 외무성이 밝힌 대로 “시험용 경수로 건설과 그 연료 보장을 위한 저농축 우라늄 생산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정도다. 그러나 1998년 8월만 해도 미 정보기관이 의혹을 제기한 금창리 지하 핵시설은 텅 빈 동굴이었다. 그 뒤 10여년 사이에 북한은 2번의 핵실험과 3번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인공위성) 발사를 감행했으며, 2010년 11월엔 현대식 대규모 우라늄 농축시설까지 공개했다.

2차 북핵 위기가 올해로 10년이다. 2차 북핵 위기는 2002년 10월3~5일 제임스 켈리 미 대통령 특사 방북이 발단이었다. 이때부터 불과 두달 사이에 미 특사 방북 및 북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HEUP) 폐기 요구→‘북,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존재 인정’이라는 미국 정부의 발표(10월16일)→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케도)의 대북 중유 공급 중단 결정(11월14일)→북의 핵동결 해제 선언 및 사찰관 추방(12월)→북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2003년 1월10일) 등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으며 94년의 제네바합의는 폐기됐다. 그 결과 핵문제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선언한 1차 위기 때인 93년 3월로 10년을 더 후퇴했다.

아흔을 바라보는데도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요즘말로 하면 외교의 달인이다. 그는 2006년 북이 핵실험을 하기 전 6자회담의 협상 과정에 대해 이렇게 반문했다. “북한과 이란의 핵 확산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전까지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가? 모든 논쟁은 시간의 긴급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탁상공론이 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북핵은 긴급한 현안이었다. 그는 온힘을 기울였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 2·13 합의로 3단계 핵폐기의 로드맵을 만들었으며, 10·4 2차 남북정상회담은 종전선언을 통해 3단계 핵폐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합의를 담았다. 이명박 정부는 어떤가? 노 대통령이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했다면, 이 정부는 그 합의를 부정했을 뿐만 아니라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며 북한 탓만 했다. 현재로선 오바마 대통령 임기 안에 6자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4년째 회담도 못 여는 상황이다. 돌이킬 수 없다며 포기한 건가, 아니면 운명의 시계를 움직이는 북핵을 그대로 둬도 괜찮다는 건가?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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