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한-중 정상회담이 정세 안정과
대화국면의 버팀목 구실을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회의적이다
대화국면의 버팀목 구실을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회의적이다
2010년 말 한반도는 극도의 긴장과 대결 상태에 있었다. 천안함 사건에 이어 북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맞서 이명박 정부는 실탄 사격훈련을 강행하며 공군력을 동원한 자위권 행사를 공언했다. 이를 대화국면으로 바꿔 놓은 건 2011년 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었다. 꼭 1년 뒤 이번엔 베이징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 회담이 미-중 정상회담과 같이 정세 안정과 대화국면의 버팀목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회의적이다.
이번 회담의 결과는 “한-중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공동 목표에 대해 확인했다”로 돼 있다.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다. 지난해 미-중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로 이어질 수 있는 필요한 조처’에 합의했다. 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다. 후진타오 주석은 남쪽의 대화노력을 높이 평가했으며, 남북 화해협력에 대한 지지와 중국이 맡은 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여름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정부가 유연한 접근으로 5·24조처를 우회하며 남북대화의 문을 열고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온 것은 분명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 정세는 더이상 대화국면으로 보기 어렵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죽음은 지난해 말까지 이어진 북-미 대화, 남북대화 그리고 6자회담 재개의 협상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북은 지난해 말 장례 행사가 끝나자마자 이 대통령을 ‘역도’로 격렬히 비난하며 남북대화 단절을 선언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진정성을 요구하며 대화를 거부한 건 이 정부였다. 2010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주석은 이례적으로 중국 지린성 창춘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했다. 그러나 10월 말 이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대화제의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회담을 위한 회담은 하지 않을 것이며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관계 진전을 할 수 있는 회담을 하자.” 그러자 북은 11월 들어 미 핵전문가들을 불러 현대식 대규모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으며, 11월23일엔 연평도 포격으로 나왔다.
이제 거꾸로다. 북은 남의 어떤 발언도 진정성이 없다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새해 국정연설에서 “우리는 기회의 창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5일 통일부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북한을 망하게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 않고 시도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은 5일 “우리는 원수들의 침략책동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존엄과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이 지난해 말 미국의 영양급식 제공 방침에 쌀 등 식량 원조를 요청했으나 미국이 거부한 것도 나쁜 조짐이다. 조평통 서기국 보도가 “우리는 이미 당당한 핵보유국이고 핵 억제력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의 혁명유산”이라고 밝힌 것은 미국을 겨냥한 걸 수도 있다.
2월 말~3월 초부터는 키리졸브 등 대규모 한-미 군사연습이 시작된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3월 위기설이 서서히 고개를 들 것이다. 게다가 3월26일은 천안함 사건 2주년이고, 3월28일엔 이 정부가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북은 이 한-미 군사연습을 김정일 유고를 급변사태로 상정한 군사적 개입의 북침 전쟁 연습으로 비난할 것이다. 그에 맞서 핵안보정상회의를 볼모로 삼아 한반도 정세를 긴장국면으로 끌고 갈 개연성도 있다.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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