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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크리스마스의 대관식

등록 2011-12-21 19:31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800년 12월25일 교황 레오 3세는 로마의 성 베드로 바실리카에서 프랑크 왕국의 왕 카롤루스에게 “로마인들의 황제”의 관을 씌워주었다. 그것은 외적의 위협을 받던 교황을 로마까지 찾아가 도움을 준 일에 대한 보답일 수 있다. 그렇지만 유럽 역사의 한 전환점을 이룬 인물에 합당한 의전이었다고 보는 게 역사적으로 통용되는 해석이다.

업적이 그 해석을 증명한다. 그의 생애는 전쟁으로 점철되었다. 그는 모든 방향으로 전쟁을 벌여 유럽 대부분 지역을 점령하며 프랑크 왕국의 전성기를 열었다. 무력뿐 아니라 문치에도 탁월해, 학문과 교육을 진흥시켰다. 수도원 학교를 건립하여 유럽 도처에서 유능한 교사를 초빙했다. 특히 영국 출신 당대 최고 학자 앨퀸을 초청하여 수도 엑스라샤펠의 왕립 학교를 맡기고 고전 자료를 편찬하여 학문 연구를 발전시킨 것은 카롤링거 르네상스라고 일컫는다.

교황이 대관식을 집전한 것은 새로운 세계의 탄생을 알리는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지중해 주변에서 중요한 일들이 벌어지던 고전고대의 세계에서 알프스 이북으로 중심이 이동한 것, 게르만인들이 새로운 인적 자원으로 유럽의 역사에 편입되면서 로마제국의 법통을 이어받은 것, 로마 가톨릭교회가 국가와 연합하여 서로를 보호해주며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하게 된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한마디로 새로운 유럽이 탄생했다.

카롤루스 대제의 프랑스어 이름을 붙여 유럽 통합의 이상에 기여한 인물에게 주는 샤를마뉴상이 있다. 그 상을 받았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수상 연설에서 카롤루스를 ‘유럽의 아버지’라 불렀다. 과분한 칭호가 아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의 이름 자체가 왕을 가리키는 명사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동유럽 여러 나라에서 왕을 가리키는 단어인 크롤, 크랄 등의 많은 단어들은 카롤루스의 파생어이다. ‘명박산성’이나 ‘명박상득’이라는 신조 사자성어로 기억될 지도자와는 격이 달랐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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