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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동걸 칼럼] 만약 삼성그룹이 없어진다면

등록 2011-12-11 19:26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만약 삼성그룹이 사라진다면 우리 경제가 망할까? 우리나라에서 재벌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도 함께 사라질까?

우리나라는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재벌의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우리 경제의 생사는 재벌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예를 들어, 4대 재벌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매출액 비중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꾸준히 감소하여 1997년 33.2%에서 2007년 29.1%로 낮아졌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시행된 각종 친재벌정책으로 다시 급상승하여 2010년에는 34.3%로 구제금융(IMF) 위기 이전보다 더 커졌다. 이제 삼성 없는 한국 경제는 생각할 수도 없고 재벌 없는 우리 산업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미국이야 애플이나 제너럴일렉트릭(GE)이 없어도 끄떡없지만 우리는 선두기업들이 사라지면 큰일 나는 나라”라고 보수언론과 보수학자들이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니 미우나 고우나 재벌체제를 받아들이고 우리 경제를 위해 재벌들을 밀어주어야 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 경제는 쇠망할 위험이 매우 크다. 길게 보면 재벌이 없어져야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활력있게 성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벌 비중은 위험수준에 다다랐음에도, 대기업의 비중은 주요 외국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사업체 수를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전체의 0.1%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4.0%, 일본은 0.9%, 대만은 2.3%나 된다. 고용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대기업 비중이 전체의 12.3%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48.8%, 일본은 22.2%, 대만은 23.4%나 된다.(이상 2008년 기준)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은 거의 다 40여개 남짓한 재벌 소속 계열사들이고, 재벌 아닌 대기업은 거의 없다. 다 중소기업인 거다. 재벌이 아니면 대기업으로 크기도 힘든 경제, 그것이 바로 우리 경제 생태계의 실상이다.

재벌들의 중소 하청업체 착취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일이지만, 최근에는 유통이나 서비스 산업까지 장악함으로써 최종 소비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고 잉여를 착취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잉여를 재벌기업들이 흡입해가는 이런 먹이사슬 구조에서는 중소기업에 금융·재정·세제상의 모든 지원 혜택을 주더라도 중소기업의 성장이 아니라 결국은 재벌기업에 대한 간접지원으로 귀착되고 만다. 중소기업은 성장이 정체되고 재벌기업만 살찌니 고용 없는 성장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좁은 국내시장에서 재벌은 거대 자본력과 자금동원력으로 중소기업을 압도함으로써 유망분야에서 신생 중소기업의 탄생과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하다못해 ‘빵집’까지 자기네들이 하겠다고 달려드는 마당에 다른 유망분야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재벌들이 기술인력을 무차별적으로 흡수함으로써 중소기업들은 인력 확보가 어렵고, 특히 경쟁 기업의 출현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필요하지도 않은 기술인력을 미리 입도선매하듯이 독점함으로써 우수한 인재를 낭비하고 국가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저해한다.

“한명의 천재가 십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말은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기업의 경쟁력과 국가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꼭 집어 지적한 말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최고경영자로서의 혜안을 잘 나타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재벌들이 그 ‘한명’의 천재를 독식하기 위해 우리 국민 수백만명을 먹여 살릴 수백명, 수천명의 천재를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과 국가의 목적이 일치하지 않으면 기업의 경쟁력이 국가경제의 경쟁력으로 자동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30대 재벌체제를 깨고 300대 기업체제가 되어야 한다. 40대 재벌체제를 깨고 4000대 기업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천명, 만명의 안철수가 탄생하여 유망한 중소기업들이 쑥쑥 대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가로막는 재벌체제를 혁파해야 한다. 삼성, 현대가 없어진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자. 재벌가의 이익을 위해 우리 미래가 볼모로 잡혀서는 안 된다.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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