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한반도가 위태롭고 불안하다
무엇보다 대화국면을 추동해온
두가지 동력이 크게 약해졌다
무엇보다 대화국면을 추동해온
두가지 동력이 크게 약해졌다
한반도 정세는 지난 7월말 인도네시아 발리와 뉴욕에서의 남북·북-미 대화 이래 협상을 향해 가던 대화국면이었다. 그러나 11월 중반에 접어들며 이상기류에 휩싸였다. 협상국면으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대결구도로 후퇴하는 조짐마저 보인다.
북은 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직접 나서 ‘청와대 불바다론’을 위협한 데 이어 대남 선전매체를 통해 류우익 통일부 장관의 유연한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말장난, 기만극’이라며 몰아붙였다. 사실 류 장관은 유연한 대북정책 기조를 본격화하려던 참이었다. 통일부는 그동안 처박아놨던 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상생과 공영’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류 장관의 중국 방문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11월21일 장즈쥔 외교부 부부장에게 “이(유연한 대북정책)는 우리의 정책공간을 넓히는 동시에 북한이 변할 수 있는 여지를 주려는 것이지 결코 북을 압박하거나 흔들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 부부장은 “의미가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11월30일 외무성 담화를 냈다. 담화는 핵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자주권과 발전권에 속하는 사활적인 문제로 추호도 양보할 수 없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한·미가 요구해온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가동 중단을 거부한 것이다. 불과 한달 전 제네바 북-미 2차 대화 당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우라늄 농축은 전기 생산을 위한 평화적 핵 활동이며 자주권에 속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걸 그만두려면 거기에 따른 조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왜 북한은 강경자세로 돌아선 것일까? 일단은 상황적 요인을 들 수 있다. 연평도 포격 도발 1주년을 맞아 남쪽이 공세적인 군사훈련에 나서자 북이 맞받아친 면이 있다. 외무성 담화도 “자기 할 바는 하지 않고 (미국이) 남(북한)에게 일방적인 요구를 강박”했기에 나온 것이다. 북은 우라늄 농축의 합법성을 전제로 3단계 핵폐기 협상에서 다루되, 단 그 모라토리엄(유예)은 수용할 수 있으며 그에 상응해 미국의 식량지원 등 상호신뢰 조처를 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대북 식량지원이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위태롭고 불안하다. 무엇보다 대화국면을 추동해온 두가지 동력이 크게 약해졌기 때문이다. 하나는 남·북·러 가스관 사업이다. 미 국가정보국 오픈소스센터 보고서는 11월 중순 북 방송매체의 보도를 토대로 올여름 이래 북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며, 그건 가스관 사업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어느 시점에서 3자(남·북·러)가 합의할 시점이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는 빠르게 진전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11월 초의 한-러 정상회담이 남북관계를 새롭게 여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는 사라졌다. 11월27일 북 방송엔 한-미 자유무역협정 기습처리를 비난하면서 ‘이명박 역적’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다른 하나는 미-중 관계의 갈등이다. 지금까지의 대화국면을 이끌어온 건 올 1월 워싱턴 미-중 정상회담의 합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미-중은 지금 엇박자다. 북 외무성 담화를 두고 중국은 1일 평화적인 핵 이용권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반면에 미국은 미얀마 정책을 적극적 개입으로 전환했다. 중국 견제와 함께 북한과의 군사협력 단절을 요구하며 압박한 것이다.
지지부진한 대화국면은 언제든 위기상황으로 반전될 수 있다. 북한은 담화에서 ‘단호하고 결정적인 대응조처’를 이미 예고했다.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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